등록 : 2006.10.24 07:24
수정 : 2006.10.24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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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 첫날인 2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협상장으로 통하는 육로가 막히자 협상장 진입을 위해 바다를 헤엄쳐 건너고 있다. 서귀포/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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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FTA협상 의약품 손 못대자 영화개방 검토
미국쪽 요구 수용땐 ‘스크린쿼터 무력화’ 불보듯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되면서, 무역구제와 관련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우리 쪽의 ‘희생양 찾기’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리가 얻을 것과 잃을 것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농업과 서비스는 미국이 이익, 제조업은 우리가 이익”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한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은 농업·서비스 국가다. 우리는 제조업 국가”라며 “상품 쪽에서 뭔가를 얻어내야 서비스 등 나머지 부분이 정리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상품 쪽에서 우리가 얻을 것은 관세양허안 협상을 통한 섬유, 자동차 등 주요 품목의 관세 철폐와 국제적으로 악명높은 미국 무역장벽(무역구제조처)의 합리적 개선이다. 이는 우리 정부의 협정추진 주요 명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역구제 수술은 미국의 아킬레스건이다. “미국에게 무역구제는 우리에게 쌀과 같다.” 무역구제분과 관계자의 말이다. 그만큼 양보를 얻어내기 힘들다는 뜻이다. 미국 의회는 통상법상 무역촉진권한(TPA) 규정을 통해 어느 나라와 협상하든 현행 무역구제를 훼손하지 말 것을 강력 요구한다. 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미국이 무역구제 절차를 완화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무역구제에서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할 경우 “뭐하러 협정을 맺었느냐”는 비판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무역구제와 ‘딜’을 할 수 있는 ‘희생양’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카드는 의약품 분야 연계론이었다. 의약품은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가장 중시하고 있는 분야의 하나다. 미국은 정보독점권 연장, 약값이의제기기구 설치 등 자국의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조항들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3차협상 보고를 위해 지난달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의약품 연계론은 폐기한다는 방침이 굳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토되고 있는 안이 ‘영화산업’ 카드다. 최근 4차 협상을 앞두고 영화산업을 현재유보로 분류하고 디지털 전송은 전면 개방하라는 미국의 두 가지 요구를 적극 검토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정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인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고 소관부처인 문화관광부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자세여서 애초 외교통상부 전략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주/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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