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25 19:11
수정 : 2007.05.25 19:11
[한-미FTA 협정문 공개] ③ 자동차
“미국차 팔려고 조세주권 내줬다” 비판
자동차 관련 협정문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대목은 자동차 세제다.
한국은 미국에 자동차세·특별소비세 등 현행 배기량 기준 세제를 완화해 주는 합의를 넘어, 앞으로 협정이 발효되면 현행 자동차 세제의 개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협정문에 ‘배기량 기준에 기초한 새로운 조세를 채택하거나 기존의 조세를 변경할 수 없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 구입자들에게 ‘지하철 공채의 80%를 환불받을 자격이 있다’는 조항도 있다.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판매 여건 개선을 보장하기 위해 ‘조세 주권’까지 내줬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배기량 기준 세제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차별적 세제가 아니다. 유럽 여러나라와 일본에서도 에너지절약과 대기오염 방지 대책으로 도입하고 있는 세제다. 그러나 배기량이 큰 차들만 주로 생산하는 미국은 이를 비관세장벽으로 규정하고, 자유무역협정으로 세제 개편을 요구한 데 이어 아예 되돌릴 수 없도록 강제한 것이다.
자동차 관련 교역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도 기형적이다. 협정문을 보면, 자동차 분쟁에 대해서는 제3의 민간인으로 구성된 별도의 분쟁조정 패널을 구성해, 여기서 협정 불합치나 무효화 행위, 침해 행위 등을 판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른바 ‘신속 분쟁해결 절차’이다. 만약 패널에서 어느 협정 당사국에서 협정 불합치 행위를 했다고 결정을 내릴 경우, 상대국은 협정에 따른 승용차의 관세혜택을 철회(스냅백)할 수 있다. 패널은 협정 당사국이 수입 자동차의 판매를 어떤 형태로든 방해할 수 없도록 감시할 수 있다. 협정문에 ‘협정 당사국 정부가 상대국 원산지 자동차를 판매, 또 판매를 위한 제의·구매·운송·유통 또는 사용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끼쳤는지 판단’을 해 결정을 내린다.
한국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에서 가장 큰 경제적 이익으로 꼽고 있는 미국의 자동차 수입관세 철폐가 언제든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셈이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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