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0 19:21
수정 : 2006.10.11 15:09
외국 바이어 “개성산 안돼” 잇단 통보…생산설비 철수업체도 나와
북한 핵실험을 전후해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외국 바이어들은 “개성에 발만 디딘 제품이라도 사지 않겠다”고 잇따라 통보하고 있고, 국내 대기업 구매담당자들도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 생산설비 대부분을 개성공단으로 옮긴 몇몇 업체들은 수출 길이 막힐 경우 공장문을 닫아야 할 판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개성공단에는 시범단지 및 본단지 1차 입주 업체 39개가 공장을 가동하거나 건설 중이다.
당장 타격을 입은 기업은 수출업체들이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대화연료펌프는 북핵 위기가 고조된 지난주 말 한 미국 업체로부터 거래를 끊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유동욱 회장은 “개성에서 일부 반제품만 하고 남한에서 대부분 제작한다고 설명했지만 단순 임가공 제품이라도 못 쓴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대화연료펌프는 일단 북한 정세에 영향을 덜 받는 유럽시장을 개척하거나 내수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전자·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재영솔루텍, 신발업체 삼덕통상 등은 개성공단 제품을 내수로 돌리고 국내에서 만든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재영솔루텍의 유승환 이사는 “미국 업체들이 대북사업 업체를 곱게 볼 리 없지 않느냐”며 “수출 품목과 관련된 개성공단의 생산설비를 국내로 내려오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쪽 설비의 남한 이전을 이미 실행에 옮기는 기업도 있다. 일본기업과 합작해 개성법인을 세운 태성하타는 이르면 다음주부터 한개당 3천만~5천만원씩 하는 금형들을 되가져올 계획이다. 태성하타는 지난 여름 외신기자들의 방문으로 개성공단에서 일부 제품을 임가공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월 30만달러 이상 되던 미국 바이어의 거래가 중단돼 타격을 입었다.
남쪽의 생산설비 대부분을 개성공단으로 이전한 업체들은 대안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북한 근로자 500명으로 개성에서 10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국내에는 5개 라인만 남겨둔 부천공업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조목희 대표는 “전기회로 개폐기는 워낙 경쟁이 치열해 물건 입출하가 제때 안 되면 거래처를 뺏긴다”며 “정부를 신뢰해 개성공단에 입주했는데 자꾸 후회가 된다”고 털어놨다. 중장비 부품 등을 생산해 주로 중국에 수출하는 에스제이테크는 개성에서 조업이 불가능할 경우 외주업체를 섭외해 물량을 충당할 계획이다.
개성공단 현지생산 비중이 높지 않거나 입주 초기 기업들이라도 시름이 깊다. 납품기업들과 함께 협동화공장을 세운 시계업체 로만손은 개성 생산물을 최대한 빨리 국내로 반입하는 한편 현지 생산량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본단지 1차 분양에 참여해 현재 현지설비공정의 98%를 마친 평화유통의 고문중 대표는 “21억원을 개성에 투자했는데 불안감이 엄청나다”며 “정부가 개성공단 진출기업들의 설비투자 비용만이라도 확실히 보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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