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0 19:26
수정 : 2006.10.1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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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지 하루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본점 딜링룸에서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다가 소폭 오름세로 돌아서자 한 딜러가 황급히 거래지시를 하고 있다. 외환시장은 전날보다 4.4원 내린 상태로 장을 마쳤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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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차츰 안정세
외국인 이틀째 순매수…미·일 증시도 오름세
전문가들 “제재 확대따라 변동성 커질 것”
북한의 핵실험 강행 첫날 큰 충격에 빠졌던 국내 금융시장이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증시의 동반 상승세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이틀 연속 주식 매수라는 ‘외국인발 훈풍’에 힘입어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다. 이는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전면 충돌보다는 외교적 수단을 통해 해결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우려했던 국가 신용등급 하락과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속 한 이탈과 같은 최악의 상황에 대한 우려도 줄어드는 분위기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띠느냐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시장은 안보불감증?=시장 전문가들은 미-중 정상 간의 전화통화 등을 통해 북핵 사태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전날 일종의 패닉 양상을 보였던 한국 금융시장이 냉정을 되찾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한다. 안선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로 한국 시장을 포함해 아시아 지역의 투자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한 게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틀 내리 대규모로 한국 주식시장에 돈을 쏟아붓는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많다. 이영원 푸르덴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사실상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이미 인정했던 셈”이라며,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 보유 선언 때와 달리 이번엔 외국인들의 이탈이 없는 점이 이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안 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간선거를 앞둔 부시 정부가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한국 시장에 대한 비중을 줄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를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나라 밖 금융시장에서 북핵 약발이 미약했던 것과 관련해 “선진국 시장은 오히려 유가 하락과 실적 개선이라는 본질적 부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증시의 상승과 관련해 다이와증권은 “아베 총리 부임 이후 한국과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북한 핵실험이 일본 증시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진영 외환은행 외환운용팀장은 하룻만에 안정을 되찾은 외환시장의 움직임에 관해 “첫날 달러 사재기에 나섰던 외국인 세력이 차츰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며 “이날 외환시장은 평소 분위기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당분간 변동성 커져=이번 사태가 금융시장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변동성은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내고 “북한이 위협적 발언을 쏟아내더라도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경제활동이 평소처럼 유지될 수 있지만 리스크 프리미엄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어떤 형태의 제재든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 상태를 고조시킬 것”이라며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안선영 연구위원은 “이틀 연속 시장을 떠받친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본격적인 매수로 방향을 확실하게 잡은 것은 아니다”라며, “일단 1차 충격에서 벗어난만큼 상황 변화를 지켜보면서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분기 실적 시즌으로 관심을 천천히 옮겨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우성 김진철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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