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0 19:37
수정 : 2006.10.11 15:05
선거 악재될라 조심
압박 명분쌓기 분석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북한 핵실험을 비난하면서도 “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의)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북한 핵실험 이후 미국 행정부는 상당히 절제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곧바로 북한을 자극하는 강경 대응을 할 것으로 본 일부의 예상과는 사뭇 다르다. 그렇다고 미국의 행동이 온건한 건 아니다. 속도는 늦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 확보를 위한 외교 노력을 기울이고 한국·일본 등 주변국과의 공조체제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지금 시점에서 ‘외교’를 강조하고 나선 건 무슨 이유일까.
부시 행정부가 이런 태도를 취하는 건 국내정치적으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없다는 현실적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특히, 선거에서 북핵 문제가 외교정책의 실패로 부각되는 것을 피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안보이슈를 강점으로 하는 공화당으로서도 외교의 실패가 부각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 상황”이라며 “북한 핵실험은 안보문제지만 결코 (공화당에) 유리한 이슈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적으로는 군사적 선택방안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유엔을 통한 제재라는 명분을 쌓으면서, 대북 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과 한국의 동참을 노린 다중적인 포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미국은 북한 고립화에 무게를 두면서도 마지막 카드로 군사행동을 위한 명분은 확보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초안에 원용된 유엔 헌장 7장이 이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침공과정에서 이런 절차를 빠뜨려, 독단적인 행동이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미국으로서는 앞으로의 진행이 어떻게 되든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국제사회 다수의 대북 압박이라는 모양새를 갖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미국의 최근 대북 포석은 단기적이 아니라 장기적이다. 미국은 초기 대응에서 한반도의 대북 감시태세인 ‘워치콘’을 현행 3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조정하는 문제에서 오히려 한국 쪽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또한 제재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한반도에서 ‘조용한 상황관리’를 바라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계산과는 별도로 의외의 변수가 상황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 제재 강화를 미국의 계산된 ‘체제 압살’로 보는 북한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긴장은 예상 밖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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