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0 19:40
수정 : 2006.10.11 15:05
세계 주요 언론들 시각
북한 핵실험 이후 세계 주요 언론들에선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세계 언론들은 미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북한과 대화하는 것 외에 실질적 해결책은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10일 분석 기사에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이라크·이란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 지 거의 5년 만에 이들 각국과의 관계에서 위기에 봉착했다”며 “이라크 상황 악화가 미국의 신뢰도와 군사적 선택 여지를 감소시키고, 이란이 북한 사례를 주시하는 등 각각의 현안들이 서로 상승효과를 내 위기를 고조시키고 미국 행정부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6자 회담 당사국들은 핵 야망을 성취한 북한을 상대로 핵을 무장해제시켜야 하는 훨씬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며 “핵실험에 성공한 어떤 나라도 외교나 제재를 통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된 사례는 없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북한은 중국이 원유 공급과 다른 필수 무역을 중단할 경우에만 뒤로 물러설 것 같다”며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은 이 문제 대처 의지에 따라 (중국을) 판단할 것이라는 점을 중국에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신문은 이어 “유일한 희망은 (대북) 협상뿐”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가디언>은 ‘북한 문제로 허둥대는 강대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강대국들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은 없다”며 “대화가 실현 가능한 유일한 대안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들도 핵무기 개발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 방어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핵무장보다는 대화 재개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타임스>도 “북한이 마지막 카드인 핵실험을 강행한 이상 국제사회에 대안은 거의 없다”며 “추악한 정권의 비위를 맞춘다는 게 싫을 수 있지만, 아무런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방법은 포용뿐”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들의 말을 따 “부시 행정부는 압력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에 대해 비현실적 기대를 갖고 있어 비판을 받을 만하다”며 “북한 해상의 완벽한 봉쇄는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만큼,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10일 사설을 통해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벼랑끝 외교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낳은 ‘쓴 열매’”라고 규정하면서 “핵 보유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 그 반대의 결과를 낳은 만큼 정책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미국이 불량국가라고 지목한 나라의 핵개발을 막을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증명됐다”며 “세계의 핵확산 방지 체제가 붕괴 일보 직전에 놓인 만큼 핵무장 도미노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북한의 핵개발을 허용한 부시 행정부의 대북 ‘무대책’에 대한 비판이 미국에서도 나오고 있다”며 “미국 의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일본에 핵무장이라는 선택 여지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을 우려하는 세계의 시선에 주의해야 한다. 경솔한 도쿄발 핵무장론이나 선제공격론이 국제적 이목을 끄는 것은 일본의 외교적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라며 강경 우파의 준동을 경계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외신종합
parkj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