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통상부 리셉션홀에서 주한외교단을 대상으로 열린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정부 태도 및 대응방향 관련 브리핑에서 참석자들이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의 설명을 주의깊게 듣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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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물자거래 제한보다 치명적
미, 중국에 석유중단 압력 거셀듯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통과가 임박함에 따라 유엔 제재가 북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줄곧 제재를 당해왔기 때문에 더 어려워질 것도 없다”는 태도를 보여 왔으나,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는 회원국에 국제법과 같은 효과를 지니기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경제난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인도·파키스탄보다 강도 높은 제재=이르면 11일 통과될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은 북한의 핵무기·미사일 거래 차단을 위해 국제 금융거래를 제한하고, 핵·미사일 관련 기술·물자의 거래를 제한하는 결정을 포함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금융·경제 봉쇄는 지금보다 훨씬 옥죄여질 전망이다. 1998년 5월 인도와 파키스탄이 잇따라 핵실험을 했을 때는 영국·프랑스·러시아 등이 제재에 소극적이어서 안보리 차원의 제재 결의 없이 ‘핵 확산 금지체제 견지 촉구 결의’에 그쳤다. 대신 미국이 독자적으로 △국제금융기구의 융자 금지 △식량 분야를 제외한 경제원조 중단 △컴퓨터 등 군사 전용 우려가 있는 첨단 제품의 수출 금지 등의 제재를 가했다. 결국 두 나라는 ‘실질적 핵 보유국가’가 됐다. 북한은 인도·파키스탄에 비해 훨씬 강도 높은 제재를 받을 게 분명하다. 당장 핵·미사일 관련 물자가 실렸다는 의심을 받는 선박·항공기가 언제든지 해상 검색을 당할 가능성이 현실화한다. ‘핵겨울’ 문턱에 선 북한경제=지난해 9월 위조지폐 유통 혐의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의 북한 계좌가 동결된 뒤, 미국은 국제 금융기관에 대북 거래 차단 압력을 넣는 방식으로 금융제재를 펴왔다. 그러나 유엔 결의안이 북한의 국제 금융거래 제한을 규정할 경우, 회원국에 국제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기 때문에 미국의 금융제재보다 훨씬 전면적이 된다. 북한의 모든 해외 은행 계좌가 거래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북한은 대외 결제수단을 거의 상실하게 된다.
지난해 9월 미국의 금융제재 이후 북한의 재외 ‘무역일꾼’들은 “은행 계좌로 송금할 수 없어 ‘현찰’을 가방으로 나르는 등 적지 않은 불편을 겪어왔다”고 호소했다. 유엔 결의가 통과되면 북한의 미미한 대외 무역은 그나마 보따리장사와 현찰가방에 의존하는 ‘석기시대’로 돌아갈 전망이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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