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1 19:19
수정 : 2006.10.11 23:09
정부, 7월 미사일발사 때 쌀 지원 중단
중국도 중단 가능성…50만톤 이상 부족
[북한 핵실험 파장]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경색 국면이 타개되지 않는 한, 북한은 내년 초 적지 않은 식량난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서두르고 있는데다, 우리 정부도 지원을 재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1년 동안 필요로 하는 쌀, 보리, 옥수수, 감자 등 식량은 약 650만t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아사를 면하는 수준이라 해도 최소한 550만t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10년 만의 최대 풍년이라고 알려진 지난해에도 450만t에 지나지 않았다. 북한은 부족분을 남쪽에서 제공하는 40~50만t과 중국의 20~30만t, 국제사회의 20~30만t 지원으로 충당해 550만t이라는 최소 영양 수준을 맞춰왔다.
그러나 북한이 7월5일 미사일을 발사하자 한국은 ‘미사일 문제의 출구가 보일 때까지’라는 단서를 달아 북한이 요청한 쌀 50만t 지원을 유보했다. 북한이 핵실험까지 한 마당에 정부가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대북 수해지원으로 북송한 쌀 8만9500t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수해로 인한 피해분을 채우기에도 버거운 양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매년 20만∼30만t의 식량을 수출·지원해오던 중국도 상황이 악화될 경우 식량 지원을 계속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인도적 지원 대신 개발 지원을 요구함에 따라, 세계식량계획(WFP)도 해마다 20만∼30만t을 지원하던 규모를 올해 여름부터는 2년 동안 15만t으로 줄이기로 했다. 연간 7만5천t 꼴이다. 이를 종합하면, 북한에 올해 풍년이 든다고 할지라도 내년 최소 영양 수준에는 50만t 이상이 부족한 셈이다.
게다가 북한의 올해 작황은 지난해에 비해 썩 좋은 편이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올해 여름에 수확한 보리, 밀 등은 예년 수준이었지만 가을에 수확하는 쌀과 옥수수 작황은 가뭄, 수해와 일조량 부족으로 지난해보다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장은 수확철이라 외부 지원이 끊긴다 해도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내년 봄까지 제재 국면이 이어지면 90년대 ‘고난의 행군’ 등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위기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탈북자 지원단체 ‘좋은벗들’ 이사장 법륜 스님도 “북한은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 식량 재고를 주민들에게 풀겠지만 긴장이 고조되면 아사를 각오하고라도 식량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급체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절대적인 식량 부족은 시장에서 곡물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을 가져와, 춘궁기가 시작되는 4월부터는 ‘돈 없는 주민들’의 빈곤과 굶주림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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