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북 수해복구 지원 계획 이행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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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이후 대북 수해복구물자 선적 보류
한나라 “즉각 중단”…정부, 입장표명 유보
한적총재 “시멘트 유보” 법륜은 “지원해야”
[북한 핵실험 파장]
북한 핵실험의 불똥이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도 옮겨 붙었다. 일부의 ‘즉각 지원 중단’ 주장 속에, ‘이럴 때일수록 인도적 지원의 의미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장 현안으로 걸려 있는 건 대북 수해 지원의 계속 여부다. 정부는 지난 8월20일 ‘초당적 합의’로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쌀(국내산) 10만t, 시멘트 10만t, 철근 5천t 등을 보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8월 말부터 북송이 시작된 수해 복구 물자는 지난 9일 이후 선적이 전면 보류됐다. 한나라당 등에서는 “수해 지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자세고, 정부는 아직까지 명확한 태도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특히 수해 지원 품목 가운데 시멘트가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다. 일단 쌀은 10만t 가운데 8만9500t을 보내 북송을 거의 완료했다. 시멘트는 예정된 10만t 가운데 2만9500t만 북으로 보내져, 아직 잔여분이 많은 상태다. 게다가 핵실험 전 방사능 낙진을 막기 위해 시멘트로 갱도를 메워야 하는 기술적인 이유 때문에 시멘트 지원은 예민한 쟁점으로 부각됐다.
이인제 국민중심당 의원은 북한의 ‘핵실험 계획’ 발표 다음날인 4일부터 “핵실험 필수물자인 시멘트를 선적한다면 북한과 국제사회에 어떤 메시지가 되는 거냐”며 선적 중단을 촉구했다.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도 1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대북 수해지원 물자 가운데 시멘트는 민감한 품목으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으로 하여금 자신이 선택한 핵실험 결과에 대해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11일 인천~남포간 정기 화물선에 실려 북한으로 보내질 2천대의 자전거를 와이엠시에이(YMCA) 회원들이 트럭에서 내리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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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탈북자 지원단체인 ‘좋은벗들’ 이사장인 법륜 스님은 이날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시멘트 지원은 계속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법륜 스님은 “북한 체제에서는 군사용으로 들어가는 몫이 정해져 있다”며 “남쪽에서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군사부문의 몫을 줄이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남쪽이 시멘트를 지원하지 않으면 결국 도로나 주택 복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해가 북한 정권이 아니라 주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지난달 말부터 북송을 시작한 시멘트로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시점상 전용 주장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8만장 가운데 2만장밖에 북송되지 못한 모포도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대북 수해물자 지원을 위해 방북했던 한 관계자는 “모포가 없으면 영아나 산모들이 겨울을 나는 데 상당히 힘겨울 것”이라며, “인도적 문제는 북한 주민의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식량과 관련해서도 폴 리슬리 세계식량기구(WFP) 방콕사무소 대변인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지원 식량이 북한 주민들에 직접 전달된다는 걸 식량기구나 다른 지원단체들이 증명할 수 있다면, 식량지원은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슬리 대변인은 “회원국들로부터 충분한 재정 지원이 확보되지 않아 내년 초부터는 대북식량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얀 에옐란 유엔 인도지원담당 사무차장은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겨울에 굶주리거나 추위에 떨 사람들은 (북한) 지도부가 아니다”며 인도적 지원을 계속할 것을 촉구했다. 에옐란 사무차장은 유엔과 적십자의 식량과 의약품 지원이 “필수적이고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며, 어떤 제재에서도 인도적 분야는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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