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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11 19:30 수정 : 2006.10.12 02:03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11일 평양에서 일본 <교도통신>과의 회견을 통해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미국에 달려 있다고 밝히고 있다. 평양/교도 AP 연합

추가행동 명분 삼을듯…대결구도 ‘악순환’

북한이 핵실험을 한 뒤 앉아서 제재를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없다. 북한이 내놓을 카드가 소진됐다고 보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유엔과 미국 등의 제재·봉쇄는 추가적인 핵실험과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의 ‘명분’이 될 수 있다. 11일 북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그런 뜻을 분명히한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직후인 7월16일 성명을 내어, 안보리 결의를 ‘비법적인, 날강도적인 논리’라고 비난했다. 극언에 가까운 표현으로, 안보리는 안중에 두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성명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하여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해 나가겠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이 ‘자위적 전쟁 억제력’은 지난 3일 외무성 성명에서 ‘핵시험’으로 그 실체를 드러냈다.

이 10월3일 성명은 ‘미국이 최근 강도적인 유엔 결의 채택으로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현 상황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논리의 연장에서 보면, 안보리가 본격적인 대북 제재 결의를 내놓을 경우 북한의 선택은 외길일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미 선전포고를 했으니 북한도 ‘전쟁을 준비하겠다’는 것일 수 있다.

1994년 한반도가 전쟁 일보 직전의 위기 상황을 맞았던 것도 미국의 전쟁준비 때문이 아니라,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를 추진했던 게 발단이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의 핵연료봉 인출 강행에 맞서 대북 제재를 추진했다. 그 때는 중국의 지지가 분명치 않았고 미국의 제재결의가 안보리에서 채택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런데도 북한은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태도를 보였고, 94년 3월 남북 차관급 접촉에선 ‘서울 불바다론’을 공언했다. 그러자 미국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군사력 증강 계획을 세웠고, 다시 그런 군사적 대응이 전쟁 위기를 촉발하는 상승작용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를 취하고 미국이 이를 바탕으로 ‘확산방지구상’(PSI)을 확대해 대북 봉쇄에 나설 경우, 북한이 취할 행동의 방향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추가 핵실험은 그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것은 ‘이제 한반도에는 평화가 보장될 수 없다’는, 일종의 ‘협박’이 될 것이다. 또 제재의 구체적인 조처 수준에 따라 북한도 이런 위협을 구체화시켜 갈 것이다.

이 경우 비무장지대의 긴장 조성이 예상된다. 과거의 예도 그러했거니와, 지난 3일 핵실험 성명 직후인 7일에도 북한 병사 5명이 비무장지대 안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가 한국군의 경고 사격을 받고 돌아간 사건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휴전선을 포함해 자신들이 불법 경계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북방한계선(NLL) 등에서 긴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휴전선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데는 비무장지대 관할권을 미국이 쥐고 있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 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대변인은 2003년 3월17일 담화에서 “미국 쪽이 무력을 집결하고 우리에 대한 제재를 가해 온다면 조선인민군 쪽은 정전협정을 조인한 일방으로서 협정에 의해 지닌 의무 이행을 포기하고 협정 안 모든 조항의 구석에서 벗어나는 단호한 조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정전협정 제15항은 비무장지대와 상대방의 군사 통제 아래 있는 한국 육지에 인접한 해면을 존중하며 어떤 종류의 (해상)봉쇄도 하지 못한다고 못박고 있다.

물론 북한의 대응 역시 단계적으로 일정한 수순을 밟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떻게 되더라도 상호 악순환의 긴장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10월3일 성명에서 “절대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핵 위협과 이전을 철저히 불허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마지막으로 내놓을 극단적인 카드는 이 성명에서 밝힌 ‘금지선’을 넘겠다는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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