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1 19:34
수정 : 2006.10.11 19:34
94년엔 선전포고 간주…추가행동 명분으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직후인 지난 7월16일 북한은 성명을 내어, 안보리 결의를 ‘비법적인, 날강도적인 논리’라며 극언에 가까운 표현으로 비난했다. 성명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하여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해 나가겠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이 ‘자위적 전쟁 억제력’은 지난 3일 외무성 성명에서 ‘핵시험’으로 그 실체를 드러냈다.
10월3일 성명은 ‘미국이 최근 강도적인 유엔 결의 채택으로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현 상황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논리의 연장에서 보면, 안보리가 본격적인 대북 제재 결의를 내놓을 경우 북한의 선택은 외길일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건 ‘전쟁을 준비하겠다’는 것일 수 있다.
지난 1994년 한반도가 전쟁 일보 직전의 위기 상황을 맞았던 것도 미국의 전쟁준비 때문이 아니라,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를 추진했던 게 발단이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의 핵연료봉 인출 강행에 맞서 대북 제재를 추진했다. 그때는 중국 때문에 이 제재가 안보리에서 채택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런데도 북한은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태도를 보였고, 94년 3월 남북 차관급 접촉에선 ‘서울 불바다론’을 공언했다. 그러자 미국은 이에 대비하기 위한 군사력 증강 계획을 세웠고, 다시 그런 움직임이 전쟁 위기를 촉발하는 상승작용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를 취하고 미국이 이를 바탕으로 ‘확산방지구상’(PSI)을 확대해 대북 봉쇄에 나설 경우, 북한이 취할 행동의 방향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것은 ‘이제 한반도에는 평화가 보장될 수 없다’는 위협이 될 것이다. 또 제재의 구체적인 조처 수준에 따라 북한도 이런 위협을 구체화시켜 갈 것이다.
우선, 비무장지대의 긴장 조성이 예상된다. 과거의 예에서도 그러했거니와, 지난 3일 핵실험 성명 직후인 7일에도 북한 병사 5명이 비무장지대 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가 한국군의 경고 사격을 받고 돌아간 사건이 벌어졌다.
실제로 북한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은 2003년 3월17일 담화에서 “미국측이 무력을 집결하고 우리에 대한 제재를 가해 온다면 조선인민군측은 정전협정을 조인한 일방으로서 협정에 의해 지닌 의무 이행을 포기하고 협정내 모든 조항의 구석에서 벗어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정전협정 제15항은 비무장지대와 상대방의 군사 통제하에 있는 한국 육지에 인접한 해면을 존중하며 어떤 종류의 (해상)봉쇄도 하지 못한다고 못박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이 내놓을 카드가 소진됐다고 보는 것은 안이한 생각으로 보인다. 제재 봉쇄는 추가적인 핵실험과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의 명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한이 내놓을 극단적인 카드는 3일 성명에서 밝힌 “절대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핵 위협과 이전을 철저히 불허하겠다”는 ‘금지선’을 넘겠다는 위협이 될 것이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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