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2 19:29
수정 : 2006.10.12 23:51
사용여부는 미 판단에 달려
구체적 계획 수립도 어려워
[북한 핵실험 파장] 핵우산 필요한가
북한의 핵실험 이후 그동안 선언적 개념으로 존재하던 미국의 대한 핵우산 제공을 구체적으로 확약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으로선 북한 핵실험에 따른 안보불안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고, 미국으로선 북한 핵에 대한 대응을 명분으로 동북아 국가들이 독자적 핵무장에 나서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어, 핵우산 제공을 재확인하는 것 자체는 양쪽의 이해가 일치한다. 그러나 핵우산 제공의 구체적 방식을 두고는 이견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일단 정부는 오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12일 “두 나라 국방장관이 만나는 이번 회의에선 특히 북한의 남침에 대응하는 한-미 연합작전계획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데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핵실험 직후 두차례에 걸쳐 윤 장관에게 핵전에 대비한 군의 대비태세 점검 및 작계 보완 필요성을 보고한 바 있다. 합참 보고와 관련한 세부사항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연합사의 작전계획 5027에 반영된 핵전 대비계획의 보완과 북한의 핵무기 투발수단(운반수단) 격파를 위한 첨단무기의 확보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전했다.
작계 5027에는 포괄적 개념의 핵전 대비 계획이 명기돼 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핵전쟁 조짐이 있는 경우 핵무기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과 운반시설, 투발수단 등을 사전에 억지하고 무력화한다는 내용 등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실제 북의 핵무기 선제공격이 이뤄질 경우 미국의 핵 전력을 어떻게 동원해 대응할 것인지 등의 구체적 핵전쟁 대응방법은 전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사시 북핵 대응용으로 한반도 주변의 미군 핵전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작계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작계는 핵전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도 155㎜ 포로 전술핵을 쏠 수 있다고 교리로 가르치곤 있지만, 작계상엔 실제 그를 위한 전술핵 도입 등의 절차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구체적인 핵전쟁 대비 작계의 수립이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는 “핵우산 제공은 핵 보유국이 비핵 동맹국을 보호하겠다는 정치적 표현으로, 그 사용 여부는 전적으로 핵 보유국의 판단에 달렸다”며 “어디에도 작계에 구체적 핵전력 사용 절차 등을 담아 핵을 사용하게 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기존의 작계 5027은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으로 폐기 대상이다.
91년 이후 철수된 미군의 전술핵을 다시 한반도에 들여와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미국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91년 소련과의 전술핵 감축 합의에 따라 한국의 전술핵을 모두 철수했다”며 “재도입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이 ‘선제 핵 불사용’을 밝힌 상황에서 미국의 핵전력 도입을 촉구할 경우, 한반도의 안보불안이 오히려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철기 동국대 교수는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표명하고 있는 미국의 핵전력을 우리 방어체계 안에 끌어들일 경우, 핵전쟁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며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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