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2 19:49
수정 : 2006.10.1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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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희/한국외대 대외 부총장/평화연대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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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 이후 전문가 연쇄기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조처의 근거와 내용은 통상 ‘강제제재 조처의 장’으로 불리는 유엔헌장 제7장(제39조∼51조)에 있다. 제재 발동요건은 안보리가 해당 국제분쟁이 제39조의 “평화에 대한 위협 및 평화 파괴 그리고 침략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단독 결정하면 충족된다. 안보리가 북한 핵실험이 제39조의 사항을 위반했다고 결정하면 제재조처는 권고-잠정조처-비군사적 제재조처-군사적 제재조처의 수순을 밟는다. 북한 핵실험의 경우 안보리는 우선 북한에게 적절한 권고를 할 수 있다. 만약 이 권고를 북한이 따르지 않으면, 잠정조처(헌장 제40조)를 일방적으로 취한다. 잠정조처로도 미흡하면, 비군사적 제재조처(헌장 제41조), 그리고 이것으로도 안 되면, 육·해·공군의 병력 사용이 수반되는 군사적 제재조처(헌장 제42조)를 취한다. 이처럼 헌장 제7장에는 비군사적 제재와 군사적 제재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비군사적 제재조처(헌장 제41조)에는 경제관계 및 철도, 항공, 우편, 전신, 무선통신 및 다른 교통통신 수단의 전부 또는 일부의 중단과 외교관계의 단절이 포함된다.
미국과 일본이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 제재결의안은 북한에 대한 요구와 유엔헌장 제7장에 따른 제재조처 내용을 담은 7개항으로 이루어졌다. 우선 결의안은 제7장에 기초해 “북한의 핵실험이 국제평화와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는 우려로 시작된다. 초안은 이어 북한에게 조건 없는 6자 회담 복귀, 이른 시일 내 핵무기비확산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안전조처로의 복귀, 북한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한 모든 활동중지 및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 파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어 유엔 회원국들이 취할 구체적 제재조처로 북한에 대해 선박이나 항공기를 이용한 핵관련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물자 등의 판매금지, 핵 관련 기술의 이전금지, 위폐 제작과 돈세탁, 마약 등과 관련된 금융자산의 출입금지 등을 제시했다. 그리고 결의 채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북한의 행동을 검토한 뒤 추가조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초안을 유엔헌장 제7장에 기초해 분석해 보면, 안보리는 북한 핵실험을 제39조에 따라 “평화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북한에게 ‘권고’ 사항을 직접 요구했고, 회원국들이 취할 제41조의 비군사적 제재조처의 적시, 그리고 이 조처 채택 후 북한의 행동여하에 따른 추가조처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42조의 군사적 제재조처는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 안보리의 대북 제재조처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는 안보리 조처의 법적 구속력의 문제이자, 회원국의 제재 의지에 달려있다. 유엔헌장 제25조는 유엔 회원국은 안보리의 결정을 헌장에 따라 수락하고 이행할 것을 동의해야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북 제재조처가 제7장을 포괄적으로 원용하고, 그 형식이 결의(decide)가 아닌, 회원국에 대한 요구(demand), 요청(require), 촉구(urge)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대북제재 조처가 헌장 제7장을 직접 원용해 구체적 제재조처를 적시해 결의(decide)하면, 모든 회원국에게 집행을 강제하는 구속력이 생긴다.
따라서 유엔 안보리 제재조처는 군사적 제재까지는 가지 않고 전면적인 금융제재와 검색 실시 등에 집중하면서,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재는 이 제재 조처안이 교역금지품목을 대량살상무기(WMD), 핵 또는 미사일 관련 품목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북의 핵실험에 재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품목까지 포함한다고 포괄적으로 해석하면, 현행 남북경협사업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자국의 전략물자 수출입통제를 하는 바세나르체제에 기초한 수출통제규정(ERA)과 한미 전략물자 및 기술자료보호 양해각서를 엄격하게 적용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남북 경제교류 품목의 북한 반출입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원칙적으로는 유엔 회원국으로서 안보리의 제제조처를 따라야 하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이장희/한국외대 대외 부총장/평화연대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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