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때문에, 마약 때문에…북 선박 나포의 역사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이 공식 출범하기 직전 미국 등이 북한 선박을 나포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2년의 북한 화물선 ‘서산호’ 사건이 꼽힌다.

서산호는 그해 12월 스커드 미사일 15기를 싣고 북한 남포항을 나서 예멘으로 가던 중 인도양에서 스페인 해군에 의해 억류됐다. 미국은 첩보위성으로 서산호를 추격하다 서산호가 공해상에 들어서자 이 해역 순찰을 맡은 스페인에 통보했고, 스페인은 해군 함청 2척 등을 동원해 서산호를 강제로 세운 뒤 수색해 미사일 적재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예멘과 북한 모두 이것이 적법한 거래라고 밝혔다. 북한 등이 선박 억류가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력히 항의하자, 미국과 스페인은 “미사일을 다른 곳으로 유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서산호를 풀어줬다.

이 사건은 미국의 북한선박 검색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지만, 미국 주도의 피에스아이 활동이 언제든지 적법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무기는 아니지만 마약을 실은 북한 화물선 ‘봉수호’ 나포 사건도 있다. 봉수호는 2003년 4월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 연안에서 헤로인 150㎏(1억6천만달러 어치)을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오스트레일리아 경찰에 나포됐고 선장 등이 체포됐다. 하지만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헤로인 밀수업자가 당시 봉수호에서 고무보트로 헤로인을 옮기다 악천후로 목숨을 잃었고, 봉수호 선장 등은 배에 헤로인이 실린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봉수호의 선원 등 혐의자는 올해 3월 오스트레일리아 법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밖에 2003년 3월 일본이 북한에서 마약을 싣고 오던 일본 선박을 나포한 적이 있으며, 같은해 6월 북한을 거쳐 부산항에 들어온 중국 선박에 마약이 실려 있는 것을 한국 경찰이 적발한 적도 있다.

이수범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