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2 19:58
수정 : 2006.10.12 22:49
2003년 부시제안 20회 훈련
국제법근거 희박 비판도
냉전시대보다 강한 통제
한국 본격참여땐 최악상황 배제못해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논란
정부 일각에서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론이 나오고 미국도 이를 요구하는 가운데, 북한 압박을 위한 피에스아이 실행이 끼칠 파장과 한국의 참여 여부 등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논란이 뜨겁다.
9·11테러 이후 미국이 고안한 피에스아이는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가 테러 국가나 집단간에 이동하는 것을 차단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부시 대통령은 2003년 5월 이를 공식 제안해, 미국을 비롯해 일본·영국·프랑스·독일·오스트레일리아·러시아 등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여차례에 걸쳐 관련국들이 합동훈련을 벌였고, 정보 교환 활동도 하고 있다. 2004년 10월에는 일본 해상에서도 훈련이 진행됐다.
피에스아이는 ‘차단 원칙’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을 규정하고 있다. 해상과 육상, 공중에서 의심가는 선박 등을 검문·검색하고 나포·압수한다는 게 피에스아이의 행동 개념이다. 참여국들의 자체 통제를 기반으로 한 냉전시대의 ‘대 공산권 수출통제위원회(코콤)’보다 더욱 강력한 통제 방식이다. 하지만 항해의 자유를 침해하는 피에스아이는 국제법적으로 근거가 희박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미국은 피에스아이 체제에 가능하면 많은 나라를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1월부터 피에스아이 훈련 참관단 파견과 브리핑 청취 등의 방식으로 제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 요청을 뿌리치기도 힘들고, 북한을 주된 적용 대상으로 할 수 있는 피에스아이에 적극 참여할 경우 남북간 정면대결 및 충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피에스아이를 통한 대북 제재 수준은 일단 유엔 안보리의 결의 내용에 어느정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선별적이면서 ‘합리적인 의심’에 근거한 검문검색 활동이 펼쳐질 수도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피에스아이의 검문·검색은 원래 선택적으로 하는 것이지만, 모든 배를 다 수색하겠다면 실질적인 해상봉쇄 성격을 띨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기왕의 제재로 반발하는 북한의 대응은 더욱 거칠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북한은 남한이 피에스아이의 일부 활동에 참여하기로 하자 지난 2월 “조선반도에 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는 도화선이고 반민족적 범죄행위”라며 크게 반발한 바 있다.
남북간에는 지난해 8월 발효된 해운합의서에 따른 예외적 상선 운항을 빼놓고는 상대방 영해 운항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이 피에스아이에 정식으로 참여하고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이 활동과 관련한 긴장이 고조될 때는 자칫 군사적 충돌 위험도 있고, 한국의 의지와 무관하게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한국을 배제하고 공해상에서 미국이나 일본의 함정 또는 항공기와 북한 선박이 충돌하는 상황도 한반도에 불똥을 튀기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1962년 미국의 해상봉쇄로 악화된 ‘쿠바 미사일 위기’와 비슷한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미국이나 일본 주도의 피에스아이 활동에 본격적으로 협조하는 데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으며,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묘수를 짜내야 하는 곤란한 입장에 빠질 전망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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