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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15 04:50 수정 : 2006.10.15 09:44

군사제재 배제 성공, 외교적 입지 강화

러시아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무력 제재와 같은 극단적인 대북 압박조치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해왔다.

북핵실험 직후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군사적 수단을 적용할 개연성을 담은 결의안 도출이 논의됐지만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막판 버티기로 나서면서 군사조치를 배제하도록 이끄는데 성공했다.

러시아로서는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와는 달리 핵실험 실시를 사전에 통보받았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해 일종의 체면치레는 한 셈이 됐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14일 모스크바에서 중국측 특사인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과 회담한뒤 "유엔 결의안에는 무력사용에 대한 '암시' 조차 담겨서는 안된다"면서 "국제적 제재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하는데 목표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도발적 행위를 비판하되 대북 제재는 균형을 갖춰야 한다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발언과도 동일한 맥락이다.

실제 러시아 당국자들의 발언들은 북핵문제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기본 입장이 핵실험을 전후해 거의 변화된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로 인해 6자회담을 통한 정치외교적 해결을 최우선시하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분별한 압박이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는 러시아측의 견해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바노프 부총리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데 동의하면 안보리 제재 결의안도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북핵문제에 대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러시아가 북핵실험 후에도 여전히 6자회담을 외치고 있는 것은 표면적으론 6자회담 붕괴가 러시아측의 북핵문제에 개입할 여지를 크게 축소시키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오히려 북한의 핵실험 규모에 대해 미국 등 다른 당사국들과 달리 상당한 것으로 평가함으로써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바노프 부총리는 지난 10일 북한이 5~15kt의 엄청난 규모의 핵실험을 통해 전세계에서 9번째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지만 국제사회는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가 북한이 유도하는 방향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고의로 핵실험 자체를 부정하거나 폭발 규모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알렉세이 아르바토프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산하 국제안보센터장은 "북한의 핵보유를 먼저 인정하고, 핵탄두 6개를 보유했던 남아공이 평화적으로 폐기했던 것처럼 전세계가 북한을 남아공 사례로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러시아로선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핵능력을 입증한 상황에서 대북 압박을 가중하는데만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핵탄두를 만드는 등 추가적인 도발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보다 유연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강력한 추가 제재는 북한을 자극해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현재의 북핵 프로그램의 진척단계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당국은 이 과정에서 대북 압박으로 인한 북핵 사태의 악화를 막고, 러시아가 강조해온 6자회담이 향후 재개될 경우 한반도비핵화의 기여자로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잡고자 한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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