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기조 급속 변화 어려워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안에 군사적 제재까지 가능하게 하는 유엔헌장 제7장의 포괄적 원용 구절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데 성공, 한반도 핵문제에서 또 한번 외교 역량을 과시했다. 대북 제재결의안의 만장일치 채택은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 한반도 및 동북아지역의 평화.안정,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및 협상.대화를 통한 한반도 핵문제 해결에 유리한 방향으로 모든 노력을 다 한다는 방침을 일단 관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 핵실험 문제에 대해 중국은 처음부터 북한에 한 목소리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징벌적 제재조치를 취하는데 찬성하지만 무력제재는 물론 북한을 정권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전면적 경제제재는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중국의 주장을 크게 반영한 안보리 제재결의안이 회원국들에 요구하는 대북 제재조치의 내용을 보면 중국이 말하는 강력한 제재조치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북한이 이를 무시하고 다시 추가 핵실험을 하는 등의 행동을 했을 때 중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7월5일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후에도 일본을 앞세운 미국,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안 채택을 추진하자 이에 단호히 반대해 결국은 제재결의안 아닌 규탄결의안으로 격을 낮추는데 성공했었다. 북한의 미사일 및 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대응방식은 북한이 핵실험 사실을 발표한지 2시간 여만에 전례 없이 신속하게 외교부 성명을 낸 이후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안 채택에 이르기까지 줄곧 구사해온 강.온 양면전략을 통해 집중적으로 드러났다. 외교부 성명은 북한이 '제멋대로(悍然)'라는 사실상의 비외교적 표현까지 동원해 강도 높은 분노와 불만, 단호한 반대의 뜻을 표시하는 한편 북한에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성실하게 준수할 것, 정세를 격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일체 중지할 것,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할 것 등을 강력하게 요구했다.외교부 성명은 이와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핵확산 반대가 중국 정부의 확고한 입장임을 거듭 밝히고 관련 국가들에도 동북아지역의 평화.안정 수호를 위해 냉정한 대응과 협상.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원칙 견지를 촉구했다. 중국의 이런 입장은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의 관련 국가 외교 수장들과의 핫라인 협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조시 부시 대통령의 통화, 후 주석 특사로 미국을 방문한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과 미국 지도자들의 협의, 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거듭 표명됐다. 비핵화 합의에 의한 한반도 현상유지로 '주변정세의 안정'을 확보해 자국의 지속적인 경제.사회발전에 장애물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을 전략 목표의 하나로 삼고 있는 중국은 안보리의 제재결의안 채택으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1949년 수교 이래 북.중 관계가 최저점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대국인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응방식을 통해 가장 확실하게 예상할 수 있는 사실은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결코 기존의 대북정책 기조를 바꿔 단기간에 급격하게 대북관계를 변화시키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중국이 내부적으로 변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일단은 앞으로도 양국의 선린.우호.협력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진력하겠다는 방침이 변했다거나 변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확실한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이에 따라 회담 의장국으로서 그동안 많은 공력을 들인 6자회담이 협상과 대화를 통한 한반도 핵문제 해결의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확신을 버리지 않는 한 더 이상의 정세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조속한 회담 재개를 위해 외교력과 기타 수단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력 이외 수단으로는 우선 사태 진전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무상원조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거의 100%에 이르는 원유를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의존도가 50%에 가까운 식량 수출 감축은 인도적 차원에서도 사용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지적되고 있다. 군사적 제재조치는 말할 것도 없고 전면적인 해상봉쇄나 포괄적인 무기거래 금지도 중국으로서는 선택 불가능이라는 견해가 우세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구상(PSI)의 취지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국제법 허용 범위 이외의 무력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역시 선택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과도한 제재조치가 대량의 북한 난민이 동북지방으로 밀려드는 사태도 초래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김정일 이후'를 상정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돈관 특파원 don@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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