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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대북제재는 시장 예상범위”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4일(현지시간) 마침내 유엔헌장 7장에 근거한 대북 제재안에 기본 합의함에 따라 지난 9일 북한의 핵실험 전격 실시로 시작된 주식시장의 '북핵 장세'도 새로운 고비를 맞고 있다.
합의안의 수위에 따라 증시가 처한 '지정학적 위험'의 고조 여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결의안에는 대량무기확산 방지구상(PSI)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해상검색 등의 조치가 포함됐고 이를 둘러싼 주변국간 의견차이가 여전한 상황이어서 '위험의 감소'를 단언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결의가 비록 유엔헌장 7장에 근거한 것이기는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대로 군사적 제재 등 초강경조치는 포함되지 않은 점이 다행이라며 '제한적'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 "아직까지는 시장 컨센서스 수준. 그러나.." =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결의에 군사행동이 포함되지 않은 점, 그리고 북한 선박과 항공기의 전면 입항금지와 북한산 물품 수입금지 등이 배제된 점 등으로 판단해 볼 때 아직까지 제재 결의안이 시장의 '레드라인', 곧 군사조치와 같은 극단적인 수준을 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이번 결의안에 대해 "미국의 군사 공격설까지 나오며 시장에 심리적 패닉현상이 있었으나 이에 비하면 후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가 역시 지난 9일 심리적 패닉상태에서 1,300선 근방에서 바닥을 찍고 되튀어오른 만큼, 이 정도의 시나리오는 예상돼왔던 것으로 봐야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다만 문제는 북핵 사태가 "한달, 두달내에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 장기화될 것 같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처럼, 제재결의의 수위조절로 해소될 문제가 아니며 여전히 '메가톤급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는 데 있다.
'전면 제재는 곧 전쟁'이라는 북한의 협박성 발언이 연일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제재결의에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북한으로 '공'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연구위원은 "북핵 관련 불확실성은 크게 대북 제재수위를 둘러싼 안보리 이사국의 입장차이와 북한의 추가 핵실험 여부, 핵실험의 진위여부"라고 규정하고 "결의안 채택으로 일부 불확실성은 해소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지배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삼성증권의 오 위원은 "유엔의 제재결의를 통해 경제적 압박, 그리고 이에 대한 반응으로 북한의 2,3차 핵실험 실시까지는 시장 참여자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시장의 컨센서스 범위를 넘지 않았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또다시 충격에 의한 가격조정이 있더라도 1차 쇼크를 넘는 '대충격'이 아니라면 코스피지수 1,300선을 하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어느 정도 생겼다는 이야기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도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가 불확실한 상황이었으나 현재까지는 초기에 우려했던 심각한 상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다소 줄었다고 본다"며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내주 초반이 고비로, 이에 따른 일시적 추가 충격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을 제외하면 상황은 나쁘지 않다"고 진단했다.
◆ 미 증시 강세가 버팀목..추가 악화없으면 '갭메우기' 기대 = 지정학적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그나마 시장에 위안을 주는 것은 해외 증시, 특히 미국 증시의 양호한 흐름과 유가 약세 등 대외 경제변수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연일 오름세를 지속하며 13일(현지시간) 11,960.5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 1만2천선 등정을 눈앞에 두고 있고 국제유가도 배럴당 60달러를 밑돌며 개인소비와 인플레이션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3.4분기 실적발표 1번 타자 LG필립스LCD가 시장에 실망을 안겨주기는 했지만 나머지 기업들에 대해서는 실적 기대감을 가질 만한데다 북핵사태의 와중에도 수급이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시장의 안정적 흐름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우리투자증권 황팀장은 "해외시장이 연일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 등 아시아 시장만 북핵문제 등으로 오르지 못한 상태"라며 "추가 악화만 없다면 이 갭을 메우기 위한 상승세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연구위원도 "시장이 예상하는 정도의 대북 제재안으로 여겨지며 그렇다면 당장 증시는 큰 반향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단기적으로는 해외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기업실적도 견고해 상황의 급격한 추가 악화만 없다면 당분간 북핵 문제에 증시가 신경질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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