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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15 19:05 수정 : 2006.10.15 22:48

일본 후쿠오카의 한 민족학교 학생들이 13일 오후 수업을 마친 뒤 학교 건물 앞에 모여, ‘아동통학로, 방범패트롤차’라고 쓰인 종이를 든 하교길 인솔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후쿠오카/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북조선으로 돌아가라”
수십건 협박전화
교복 못 입고다녀

“학교에 폭탄을 놔뒀다, 이 조선놈아.”

지난 13일 오후 일본 지바현 조선초중급학교에 한 일본인이 ‘협박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오백근 교장은 “2004년 북조선이 반환한 요코타 메구미의 유골이 가짜라는 일본 정부의 발표 뒤 민족학교에 대한 협박과 행패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 쪽은 2년 전부터 등하교 때엔 흰 저고리·검은 치마로 상징되는 조선식 교복 대신 다른 교복을 학생들에게 입히고 있다. 일본 우익의 ‘테러’ 표적이 될 수 있어서다.

지난 9일 북한의 핵실험 발표 뒤 일본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계열의 민족학교들이 또다시 불안에 휩싸였다. 여학생들의 치마를 칼로 찢는 등의 ‘직접적 폭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여러 학교들에 협박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일본 경찰도 북한의 핵실험 발표 직후인 10일부터 민족학교 근처의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홋카이도 조선초고급학교에는 지난 9~10일 이틀 동안 13건의 협박전화가 걸려왔다. “북조선으로 돌아가라”거나 “바카야로(바보 같은 놈)” 등의 내용이다.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도, 이 학교에는 “1주일 이내에 고급부(고등학생) 학생 5명을 죽이겠다”, “너희는 짐승이다”라며 협박과 욕설을 퍼붓는 전화가 20여건이나 걸려왔었다. 이 학교도 10일부터 등하교 때 교복 대신 사복이나 운동복을 입도록 했다. 등교 시간에는 교사들이 교문 앞에 나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고, 상당수의 학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등교하고 있다. 신경화 교장은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외부인의 침입을 막으려고 등하교 시간 이후엔 교문을 모두 잠근다”고 밝혔다. 히로시마 조선초중급학교와 도쿄 난부조선초급학교도 등하교 때 학생들에게 치마·저고리 교복을 입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총련쪽 민족학교 관계자들은 2000년대 들어 북한의 요코타 메구미 납치 사건이 일본 언론에 크게 보도된 뒤로 ‘북한=납치’라는 등식이 만들어졌고 이것이 재일동포, 특히 ‘조선’ 국적을 가진 이들을 향한 반감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민족학교가 협박과 테러 위협의 표적이 된 것도 이 때부터다.

지난 1971년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바 있는 소설가 이회성(71)씨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재일동포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며 “한국이나 북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동포들을 위협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위협이 공공연히 벌어지는 원인으로 “2차대전과 같은 침략전쟁을 일으킨 세력을 미국이 보호하면서 ‘배양’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총련계 민족학교들은 최근 학생 수 감소와 일본 사회의 차별로 학교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이다. 2003년에는 그 수가 140여개에 이르렀으나 통폐합과 휴업 등으로 현재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학교는 80여개 정도다. 일본에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세운 학교도 있으며, 통칭 ‘한국학교’로 불린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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