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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15 19:13 수정 : 2006.10.15 19:17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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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리면 늑대가 울부짖는다. 외침도 있고, 자조 어린 독백도 있다. 한반도에 위기가 왔다. 냉전의 시각들도 다시 춤추기 시작했다. 햇볕정책 폐기를 주장하니 달빛정책이라 부를 만하다. 달빛정책의 목표는 북한 붕괴이며, 방법은 접촉 중단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라는 국제적 합의수준을 넘어서는 무조건적인 교류협력의 중단을 요구한다.

이 달빛정책은 두 가지 잘못된 가정 위에 서 있다. 첫째는 제재를 강화하면 북한이 굴복하거나 혹은 그 과정에서 정권이 붕괴한다는 가정이다. 틀렸다. 일반적으로 경제제재는 단기가 아니라 장기간 지속적으로 추진할 때 효과가 있다. 북한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비현실적이다. 2005년 9·19 공동성명 이후 ‘교착 국면’이었던 지난 1년간 북한은 제재에 굴복하기보다 미사일 발사, 핵실험으로 대응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재의 확대는 북한의 추가적인 위협으로 나타날 것이며,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지금보다 높아진다. 달빛정책은 결국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전쟁의 길로 이어질 수 있다. 달빛정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솔직하게 전쟁불사를 주장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

북 제재확대 또다른 도발 불러

둘째, 북한의 핵 포기는 협상으로 불가능하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과연 그럴까? 달빛론자들은 북한이 체제 생존을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한반도 평화체제, 에너지를 비롯한 경제협력, 그리고 미국·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제시한 것이다. 핵이 없어도 충분히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북한은 핵 폐기에 동의한 것이다. 그러나 9·19 공동성명 이후 1년간 진지한 협상이 있었는가? 부시 행정부는 금융제재로 북한 정권의 성격 변형을 선택했다.

아직 협상을 포기할 때가 아니다. 북한 역시 핵실험 이후에도 핵군축이나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주장하지 않고 있다. 비핵화 의사도 거듭하고 있다. 환경 조성이 되면 6자회담에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달빛론자들의 주장처럼 여기서 협상을 포기하면 북한은 핵 억지력으로 완전히 넘어갈 것이다.

포용 틀 유지…협상 포기 말아야

달빛정책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정략을 벗어던지고 감정을 억제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애국심을 되찾는다면, 대북정책은 초당적 협력과 국민적 공감대를 모을 수 있다. 포용정책의 전략적 개념을 유지하면서 핵실험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전술적 변화는 합의 가능하다. 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전략물자 통제체제를 엄격히 시행하고, 경제협력에 대한 일반적인 대금결제는 허용하되 북한의 거래 당사자가 군부일 경우에는 제한하고, 분배의 투명성을 개선한다면 적절한 수준의 인도적 지원 정도는 동의 가능할 것이다. 나아가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확산방지구상에 정식으로 참여하기보다는 남북 해운협력 합의서의 틀에서 운송 품목의 통보와 허가절차를 활용하면 대체로 안보리 결의와 상충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의 길에 반대한다면 평화적 해법에 힘을 보태야 한다.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 경제의 재앙으로 규정하는 북한 붕괴론에 입각하여, 점진적 평화통일의 전략을 부정하고, 협상을 배제한 제재에만 매달리면 미래는 없다. 대책 없는 달빛정책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역사적 책임을 공유하고자 하는 이성의 세계로 돌아오라.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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