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7 19:03
수정 : 2006.10.17 19:03
라이스 중국방문때 ‘북한 포위망 강화’ 압박할 듯
중 “선물만 쥐어주지 않을 것” 중재자역 회복노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이번 주 베이징을 찾는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포위망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중국 조이기’가 예상된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대화 복원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고 있는 중국에는 부담스러운 ‘손님’이다.
중국은 이미 대북 제재에 한 발을 담근 상태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전후해 동북지방에서 은행을 통한 대북 송금 업무가 중단되고, 북한으로 가는 화물 검색이 강화됐다. 중국이 북-중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제한적 북한 압박에 나섰다는 관측이 많다. 중국이 근본적으로 북-중 관계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온다.
중국의 대북 제재 움직임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7일 중국 4대 은행의 하나인 중국은행이 베이징과 선양, 단둥 지점에서 대북 외화 송금 업무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행의 이런 조처는 제3국에서 중국은행을 통해 북한에 송금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동방조보〉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이후 북한으로 가는 화물 검색이 훨씬 엄격해졌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조처는 현재로선 ‘상징적인 측면’이 강하다. 라이스 장관의 중국 방문은 중국의 이런 조처가 ‘실질적인 조처’로 발전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 접경지역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내심 중국의 대북 압박이 생색내기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왕광야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16일 “화물 검색에는 동의하지만 이는 화물을 중간에서 압류하거나 저지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해, 미국의 기대와는 다른 속내를 내비쳤다.
중국의 이런 엉거주춤한 태도는 중국의 대북 전략을 보여준다. 중국은 북한의 반감을 살 정도로 압박 강도를 높일 경우 나타날 부정적 결과를 우려하고 있다. 대북 압박에는 동참하면서도 이것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이해시킴으로써 북한과 대화채널을 유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를 논의할 때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조처에는 반대했다.
중국은 라이스 장관에게 이런 점을 강조하며 미국의 압박에 방어선을 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 제재가 북한의 붕괴로 발전하는 것을 차단하고,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확보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은 이를 통해 전통적인 중재자의 위치를 회복하려 할 것”이라며 “중국이 라이스 장관의 손에 선물만 쥐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에게 중국이 부담스런 ‘주인’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