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8 10:15
수정 : 2006.10.18 14:30
투자, 북핵실험에 큰 영향 없어…해결 낙관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은 18일 부시 정권의 잘못된 대북 정책이 북한 핵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소로스 회장은 이날 '세계지식포럼 2006' 개막식에서 자신의 최근 저서인 '오류의 시대'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의 북핵 상황이 부시의 잘못된 정책(테러와의 전쟁) 결과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부시 대통령이 선출된 직후 김대중 대통령이 방문해 햇볕정책을 요구, 콜린 파월 장관은 이를 지지했지만 부시 대통령이 결국 반대해 상황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은 탄압이 심한 체제인데다 서울이 휴전선에서 워낙 가까워 군사적 선택이 쉽지 않고 다루기 힘든 나라"라며 "그럼에도 미국은 악의 축 등의 표현으로 북한을 비난하고 정권 교체를 거론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덧붙였다.
소로스 회장은 "이같은 외부의 위협이 오히려 북한 정권의 기반을 더 단단히 만들었다"며 외부 공포를 제거한다면 북한 정권이 태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또 그는 북한의 핵 실험이 새로운 일이 아니므로 해외 투자자들이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핵 실험은 북한이 좀 더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이라며 "중국도 북한 체제 붕괴를 원하지 않고 미국도 다른 여러 문제로 북한 문제가 커지길 원하지 않는 만큼 향후 협상 전망을 낙관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소로스 회장은 미국의 전반적 대외 정책 전반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50~60년간 미국이 국제사회의 리더 역할을 해왔으나 '테러와의 전쟁' 등 부시의 잘못된 국수적 정책으로 5년전부터 이같은 지위가 위태로워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을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한 싸움'으로 규정하고 이 잘못된 결정이 이라크에서 60만명 이상의 무고한 희생자를 양산했다고 비난했다.
소로스 회장은 미국 경제에 대해서도 "여전히 불안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미국 집값이 1년전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주택 버블이 빠르게 꺼지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아직까지는 소비 등 거시경제에서 큰 영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팔리지 않은 주택이 많아 경제 연착륙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내년 미국 경기 둔화에 대비,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 기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국제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격인 소로스 회장은 지난 89년 설립한 '열린사회 재단'을 통해 동유럽 등을 지원하며 자선과 민주주의 전파 사업을 함께 펼치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군사력에 기반한 패권주의에 공공연히 반대 입장을 발혀온 그는 지난 2004년 미국 대선에 앞서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막는다며 진보단체에 1천만달러 기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 (서울=연합뉴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