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9 23:09
수정 : 2006.10.19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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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훈 동북아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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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실험 상황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다양하다. 당장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 관련국들과의 조율과 협력도 쉽지 않다. 그리고 외교적 노력을 통해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고 9.19 공동성명 이행으로 나아가야 한다. 엄중한 한반도 상황을 타개해 안보 불안을 덜어야 하고, 결국 한반도에 평화를 가꾸어 나가야 한다.
북핵 실험의 파장은 한반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동북아 차원에서도 여러 가지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흔히 한반도 평화 없이 동북아 평화 없다는 말을 한다. 한반도와 동북아가 공간적으로 밀접하게 겹쳐 있을 뿐더러 동북아질서의 성격이 상당 부분 한반도 사태 전개에 의해 규정된다는 뜻이다.
북핵 실험은 동북아 핵질서에 큰 파장을 낳고, 이 핵질서는 결국 동북아질서 전반의 성격에 결정적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아소 다로 외상의 중의원 발언에서 드러나듯이 일본에서는 공공연히 핵무장 논의가 나오고 있다. 보통국가화라는 것이 군사적 각도에서는 정상적 군대를 갖겠다는 것이고, 일본의 여러 여건으로 볼 때 핵무장은 결코 원론적·정치적 영역에 머물고 말 사안이 아니다.
대만이라고 핵무장 논리를 펼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양안문제가 동북아 안보 현실로 전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부터 자체 핵개발 주장까지 핵무장 논리가 공론화하고 있다.
북핵 실험으로 동북아 질서가 대립적으로 가닥을 잡느냐, 통합적으로 진전될 수 있는냐 하는 분기점에 서 있다. 지금 현실은 불신·적대·기계적 대응·군비경쟁 등의 분위기가 우세하다. 다른 한편, 신뢰·대화·상생·안보협력 등 미래지향적 목소리와 열망도 식지 않고 있다. 두 지향이 중첩되어 있고 국내에서나 관련국들 사이에서 충돌하기도 한다.
대북정책과 한미관계를 두고 이는 논란도 이런 충돌의 일환일 것이다. 이런 현실과 국면 앞에서 정부의 일차적 과제는 이 두 지향을 어떻게 조화시켜 파국적 선택을 막는가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계와 언론 및 정치지도자들이 안보현실의 엄중성을 감안해 건설적인 공론을 펼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우리는 중장기적인 동북아 질서의 미래에 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미래 동북아 질서가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협력과 공존이 지배하는 방향으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현 한반도 상황을 극복하는 데 어떤 가치와 해법이 주로 선택되는가가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불신, 적대, 맞대응, 연쇄적 핵무장을 선택하면 당장은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그런 주장대로 가면 동북아질서는 다시 반세기를 퇴보하는 셈이 될 것이다.
어렵지만 신뢰, 대화, 협력을 선택하면 동북아의 밝은 미래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의 염원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역내 질서의 가닥이 잡힐 것이다.
북핵 실험 상황으로 동북아 질서는 더욱 유동적이고 불명확하게 전환되었다. 분기점에 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분기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과학적인 분석, 현명한 정책적 선택, 그에 따른 정치적 집단행동이다. 물론 도덕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서로 갈리고 싸우면서 우왕좌왕하는 것이다. 이수훈(동북아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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