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20 18:56
수정 : 2006.10.20 18:56
공단관리위 직원가족 첫 방문
20일 오전 7시 서울 경희궁 맞은 편. 새색시처럼 곱게 차려입은 30·40대 여성들이 하나 둘 설레는 마음으로 모여들었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이하 관리위)에서 일하는 남편을 둔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 관리위 2주년 기념식에 초청을 받아 개성공단으로 떠났다.
북한은 관리위 2주년 기념식에 부인 18명, 부모 2명 등 관리위 남쪽 직원 가족 20명을 초청했다. 양창석 통일부 대변인은 “관리위에서 북쪽 당국에 ‘아내들한테 남편 직장을 보여 주고 싶다’는 요청을 했더니, 북쪽이 뜻밖에도 초청장을 내줬다”며 “북쪽이 체류하는 남쪽 사람들의 배우자나 가족을 초청한 전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관리위는 북한의 개성공단지구법에 설립 근거를 두고 있는 북한 법인이다. 관리위에서 일하는 남쪽 직원은 30여명이다. 개성에서 서울은 자동차로 2시간이면 갈 수 있지만, 개성공단을 들고나는 절차가 까다로워 2주에 한번씩만 집에 다녀올 수 있다.
김석진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서울지사장은 “남쪽 직원 아내들이 한달에 두번 남편을 만나는 ‘보름 부부’인데다, 최근 북핵문제가 불거지면서 안부를 걱정하기도 했다”며 “개성공단에 직접 가서 남편의 일터를 보면 마음이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위에서 일하는 남쪽 직원들은 가족·친구와 떨어져 있는 외로움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이들은 업무가 끝나면 책 읽기, 텔레비전 보기, 탁구 경기 외에 거의 할 일이 없어 ‘책·티(TV)·탁’ 인생이란 말까지 생겼다고 한다. 휴일에는 놀러 갈 데가 없어 사무실에 나와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김석진 지사장은 “이번 가족 방문이 이벤트 차원을 넘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사업장 등에 상주하는 남쪽 인력의 가족들이 오가는 전례가 되길 기대한다”며 “남쪽 인력의 외로움이 덜어지면 남북 경협에도 긍정적 효과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직원 가족들은 개성공단을 둘러본 뒤 이날 오후 6시께 서울로 돌아왔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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