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발언’에 대해 “들은 바 없고, 복귀안하면 무의미”
미국은 20일(현지시각)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거나 1차 핵실험에 "유감"을 표시했다는 등의 국내 언론보도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없으므로 미국의 대북 제재 지속 추진에도 변화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데 따른 제재는 반드시 있어야 하며, 북한과 협상은 그 이후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특히 북한이 추가 핵실험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면 그에 따라 전면 금수 등 더욱 강한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이었으며, 반대로 북한이 협상전술로 나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북한의 태도가 달라지더라도 북핵 6자회담 복귀 날짜를 명확히 잡고 실제 회담장에 앉을 때까지는 미사일 발사와 1차 핵실험에 따른 제재엔 변함이 없다는 원칙을 거듭 밝혀왔다.
이날 조지 부시 대통령은 AP통신과 회견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유감을 표시했다는 보도에 관한 질문에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과 협의한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중국 방문을 마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우리는 북한의 지도자가 그 말을 했는지 확인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北京)에서 회담 후 공동회견을 한 라이스 장관과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도 김정일 위원장이 2차 실험을 안하겠다고 말했다는 어떠한 시사도 주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라이스 장관은 탕 위원으로부터 방북 내용에 관해 어떤 설명을 들었느냐는 질문에 "특별히 놀랄 만한 것은 없다"고 말했고, CNN과 인터뷰에선 김 위원장의 말로 전해진 것들에 대해 탕 위원으로부터 들은 게 없다고 말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유감 표명 보도에 대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말은 아니다"며 "북한은 제재 해제만 원하는 것"이라고 불신을 나타냈다. 스노 대변인은 특히 김 위원장의 발언 내용 자체는 확인하지 않으면서도 "이게 바로 6자회담 접근법이 효과적이라는 증거"라며 "제재가 이미 평양에 걱정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풍선만 띄우지 말고"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촉구하면서 "무조건 복귀"라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라이스 장관도 북한의 무조건 복귀를 촉구했다. 이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는 대신 6자회담 복귀 전제조건으로 금융제재 해제를 다시 강하게 내세울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유엔에서 존 볼턴 대사도 김 위원장의 말들에 관한 질문에 "북한이 미국이 문제인 것처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이날 주미 문화홍보원에서 강연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추가 핵실험 없다는 발언에 대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1차 핵실험 때 이미 국제사회의 반응이 어떨 것이라는 것을 다 계산"해서 한 말로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또 미국 때문에 안할 수 없게 됐다며 실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이 말이 사실이라면 2차 핵실험 예상에 따른 위기감을 다소 완화시키는 점은 있을지 모르나 대북 제재 문제와 관련, 북핵 6자회담 참여국간 "대응 차이를 넓히려는 등의 의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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