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24 19:30
수정 : 2006.10.24 19:30
골드만삭스 이병호 한국대표
외국인 투자자들은 북한 핵 문제보다는 한국 기업의 투자 부진을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이병호 한국 대표는 24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북한 핵 문제가 커지고 미국의 반응이 있을수록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한국에 투자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골드만삭스나 골드만삭스 고객들은 아직도 한국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생각이 굉장히 많다”며 “회사 안에서 ‘북 핵 문제는 너무 큰 문제이므로 ‘0’이 되지 않으면 ‘1’이 된다. 따라서 걱정할 필요도 경영 방침을 바꿀 필요도 없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북 핵 문제보다는 투자 부진으로 돈만 가득 쌓아놓은 ‘비만한’ 한국 상장기업들이 더 큰 문제이며, 이 때문에 헤지펀드들의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한국 상장사들의 재무제표는 너무 좋아 사람에 비교하면 비만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상황으로, 현금과 자본금은 많으나 투자할 곳은 없는 상태”라며 “지금은 살을 빼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북 핵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여전히 비만하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저평가)가 증가하고, 그 경우 전세계 9천여개의 헤지펀드들이 (인수·합병을 위해) 한국에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임태섭 리서치센터장도 이날 오전 표준협회 조찬세미나에서 “북 핵 문제는 투자자들이 모르고 있던 리스크가 아니므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적다”며 “다만 한국이 대북 제재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의 붕괴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은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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