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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4 20:24 수정 : 2006.10.25 15:03

차기 유엔 사무총장인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61회 유엔의 날 기념 행사에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반 장관은 축사에서 “유엔 자체적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 이후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대북압박의 정책 기조가 장기전의 ‘포위전략’ 쪽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을 뺀 6자회담 당사국 순방을 마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22일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관련한 이전을 감시·검색하는 효과적인 방식은 시간을 두고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장기적 체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해도 무시정책의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것이며, 북한의 핵무기 및 핵물질확산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미국의 방침도 이에 근거한 것이다. 물론 안보리 결의에 기초한 ‘새로운 대북 비확산체제’의 수위는 장기적이고 점진적으로 높여갈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라이스 장관 이번 4개국 순방에서 “즉각적인 합의를 압박하는 대신에,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설득과 동의(컨센서스) 구축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신문의 표현처럼 이는 “미덕이라기 보다는 필요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수렁에 빠진 이라크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대북 강경조처로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돼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라이스 장관의 이런 접근법은 예상돼 온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런 접근법이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보고 있다. 중국과 대북 압박 수위에 대해 이견이 없지 않지만, 외교-억지-제재를 노린 미국의 입장에 대해 중국의 광범한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이런 태도는 북한과의 직접대화 거부와 함께 북한으로 하여금 추가 도발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자세를 유지함으로써 책임을 북한쪽에 전가하려는 것이다.

라이스 “핵 이전 감시 등 시간두고 진전”
“도발 부추겨 북에 책임전가 속셈”분석도


부시 행정부 내 대표적 대북 강경파로 꼽히는 잭 크라우치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의 발언은 미국의 이런 의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23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일본 <아사히신문>이 공동 주최한 미·일관계 세미나에서 “북한이 앞으로 이런 불법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확인한다면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불법 활동에도 미국은 6자회담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정말 강경하다면 북한이 모든 불법 활동을 중단할 때까지 6자회담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라우치 부보좌관의 이 발언을 금융제재에 대한 미국의 변화된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미국이 6자회담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금융제재를 이유로 6자회담을 거부해 온 것은 북한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북한이 이런 불법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확인한다면’이라고 말했지만, 미국은 북한이 어떤 불법활동을 했으며, 누가 했는지 등 구체적인 사실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방코델타아시아의 경우 언제 조사가 끝날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은채 불법계좌와 정상계좌의 구분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가해왔다.

강태호 기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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