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구성원들의 활동(국정원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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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적고 시민단체 특성상 방향유도 불가능
민노당내 기반도 취약…단순 정보수집일듯
‘북한 공작원 접촉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국가정보원은, 장민호(44)씨가 만든 ‘일심회’가 북한으로부터 민주노동당의 정책이나 시민단체 활동과 관련된 지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이 민주노동당이나 시민단체의 활동과 정책에 영향을 미쳤을까?
실제 영향력에 의문 표시하는 이들 많아=민노당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나 장씨 등을 잘 아는 인사들은 이정훈(43) 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과 최기영(40)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 이진강(43), 손정목(42)씨가 “민노당이나 시민단체 인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민족해방(NL) 계열의 운동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진강씨는 지금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고, 손정목씨는 학원을 경영해 사업가로 알려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서울의 한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장씨 등을 모두 잘 아는 한 인사는 “이들은 특성상 함께 같은 일을 도모할 만한 사람들이 아니어서, 같은 조직원이었다는 국정원의 주장은 이해가 잘 안 간다”며 “손정목씨와 이진강씨는 민중운동이나 시민운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이진강씨가 시민단체 간부인 ㄱ씨를 핵심조직원으로 포섭하려고 했고, 이 단체를 반미·반전 운동에 나서게 하겠다고 북한에 보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시민단체는 특정 인물에 의해 정책이나 활동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국정원의 주장은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시민단체의 리더 한 사람을 포섭해서 시민운동을 어떤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것은, 현재 시민운동의 상황을 볼 때 불가능하다”며 “장씨 등이 시민단체의 구조나 운영 원리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노당 관계자들도 장씨 등의 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노당 관계자는 “이 전 중앙위원과 최 사무부총장은 눈에 띄는 활동도 없었고, 당내 영향력도 매우 약했다”고 말했다. 이 전 중앙위원은 2000년 창당 멤버이긴 하지만, 지구당 안에서조차 영향력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최 사무부총장도 전대협 사무국장 출신으로 발은 넓었지만, 능력은 별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평가다. 또 다른 민노당 관계자는 “민노당은 최고위원들의 영향력이 크다”며 “사무부총장은 단순한 실무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진강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1991년부터 기획사 등을 운영했으나 실패하고, 2000년부터 인터넷 업체와 게임텔레비전 등의 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해 왔다. 이씨는 98년 정보통신업체를 설립해 경영하던 중 장민호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 있다.
포섭된 인사 더 있을까?=국정원은 장씨가 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 10여명을 일심회에 끌어들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씨의 집 등에서 압수한 일심회 관련 자료 등에서 관련 인사들의 이름이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씨 등의 변호인은 “장씨가 북한과 주고받았다는 자료에서도 ‘이러이러한 사람과 접촉해 보라’는 수준 정도”라며 “장씨가 그런 사람들을 끌어들일 계획은 세웠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끌어들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장씨는 애초 국정원 조사에서 손정목·이정훈·이진강씨 등 3명만 관련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강씨도 영장실질심사에서 “환경운동가인 ㄱ씨는 20년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지만 훌륭하게 시민단체의 일을 하고 있고, 내가 그를 주체사상파로 만들만한 위치에도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장씨는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 등과는 친분이 있지만 민중·시민운동권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주변인사들의 평가이다. 그와 군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사는 “장씨는 음악을 좋아했고 다방면에 박식했다”며 “군 제대 뒤 장씨가 나래디지털엔터네인먼트를 운영할 때 만났을 때는 386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장씨 등의 변호인은 “장씨가 한 일도 정보 수집 정도이고, 구체적인 임무를 갖고 조직화해 움직인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상철 황준범 김정수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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