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31 21:54
수정 : 2006.11.02 10:37
'위기 고조'에서 '외교 통한 실리추구'로 전환
추가 카드 부재, 국제사회 압박 고조도 감안한 듯
미, '힐-김계관' 회동으로 北에 복귀 명분 제공
북한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합의함에 따라 금융제재 이후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던 한반도 위기가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은 그동안 위기지수를 높여온 만큼 이제는 외교를 통해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특사자격으로 방북한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과 만나 추가 핵실험 계획이 없음을 밝히면서 6자회담 복귀 의지를 피력한 것도 북한이 외교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17일 발표한 담화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안을 미국의 각본에 따른 선전포고라고 비난하면서도 미국의 동향을 주시하며 해당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는 유보적인 자세를 취한 것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이해된다.
정부 당국자는 "미사일과 핵실험으로 몸값을 한껏 올린 북한의 입장에서는 외교를 통한 협상과 거래를 추진하려는 것"이라며 "앞으로 외무성 등 북한의 협상파들이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핵실험이라는 벼랑끝에 올라선 상황에서 추가적인 카드가 없다는 것도 북한으로서는 위협 보다는 외교를 선택한 이유로 파악된다.
핵실험과 미사일까지 발사한 상황에서 '제재시 추가적 대응조치'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추가적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놀라게 하기에는 파괴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핵실험 이후 미국과 일본 주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되고 남한을 비롯해 대만과 태국 등 회원국들이 앞다퉈 결의안 이행을 발표하는 상황 속에서 북한은 위기 의식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홍콩에서 북한 상선들에 대한 억류와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미국 등에서 북한 선박에 대한 추적이 본격화되면서 북한의 대외거래가 어려움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에서 가뜩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위협적이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의 경제를 떠받쳐온 중국의 기업들과 은행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앞다퉈 재검토하고 있는 것도 북한 지도부의 입장에서는 이후에 닥칠 외화 고갈과 인플레 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껏 위기지수를 높인 가운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본격화 되는 국면에서 북한이 6자회담 복귀라는 외교적 수단을 선택한데는 역시 미국의 태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핵문제를 북미 양자문제로 평가하고 있는 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과의 양자회담에 목을 매 왔고 이번에도 미국이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베이징에 비밀리에 보내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만나게 함으로써 북한이 회담 복귀를 결정할 명분을 쥐어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작년 7월 제4차 6자회담을 재개할 때도 힐-김계관 라인은 베이징에서 회담을 가졌고 이것이 북한의 회담 복귀의 명분을 제공했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그동안 힐 차관보의 방북을 요구해 왔던 것 등은 미국에 대해 명분을 달라는 요구"라며 "북한의 입장에서는 제재 때문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태도변화 때문에 회담에 복귀한다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북한의 양자회담 요구를 외면하던 미국이 이번에 전격적으로 북한과 만난 것은 중국의 중재 속에 3자회담이라는 모양새를 갖추기는 했지만 내달 7일로 예정된 중간선거 등을 감안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금융제재 문제가 6자회담 진전의 변수가 되겠지만 미국도 6자회담 틀에서 양자회담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의 회담은 핵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과 금융제재를 협의하는 북미양자회담의 투 트랙으로 진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이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굳힌 만큼 중국과 한국 정부가 북-미 양자 사이의 중재노력에 전력을 기울일 때"라고 덧붙였다.
장용훈 기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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