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에 이어 재차 6자회담 '불씨' 되살려
활발한 양자회담으로 친분..힐 차관보 입지 축소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외교채널이 교착에 빠진 북핵문제 해결의 매듭을 풀어내 재차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고 있다.
보스니아 내전 때 혈혈단신으로 정전협상을 이끌었던 힐 차관보는 부시 1기 행정부 때 주한 미 대사를 지내면서 정동영(鄭東泳) 전 통일부 장관,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 등과 친분을 두터이 하면서 북미간 지루한 협상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포부를 키웠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제재로 6자회담이 교착국면에 빠진 속에서도 북한은 힐 차관보의 평양방문을 초청하는 등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2차 6자회담 때부터 수석대표로 활약하고 있으며 클린턴 행정부 때는 미사일 협상을 이끄는 등 북한의 대표적인 미국통이고 대미협상라인으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
두 사람의 인연은 6자회담 수석대표라는 직책에서 시작됐다.
작년 7월9일 힐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중국의 중재로 베이징에서 만나 제4차 6자회담 개최일정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힐 차관보는 주미 대사관의 인터넷 카페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의사를 밝히고 미국의 5만t 대북식량지원 발표에도 영향을 미쳐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어 두 사람은 1, 2단계 4차 6자회담 과정에서 수시로 양자접촉을 가지면서 서로의 입장을 조율했고 만찬회동을 가지면서 속내를 흉금 없이 나누기도 했다. 당시 회동에 참가했던 미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당시 북한이 너무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집해 답답하기도 했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왕성한 양자회담과 중국의 중재 속에 '9.19공동성명'을 만들어낸 힐-김계관 라인은 4차 6자회담을 끝내면서 협상대표의 한계를 드러내 본국의 훈령에 따라 입장을 밝힌 후 얼굴을 붉히고 헤어졌다. 힐 차관보는 4차 6자회담 마지막날 폐막발언을 통해 북한의 인권과 마약 등의 문제도 앞으로 6자회담 틀 속에서 따지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뒤통수를 맞은 김계관 부상은 평양으로 돌아가면서 '선(先) 경수로 제공'을 요구하면서 미국을 당황시켰었다. 이어 금융제재가 불거진 가운데 힐 차관보는 워싱턴내 대북강경파의 견제 속에 입지가 급속히 축소됐고 3월 일본의 도쿄에서 열린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기간 김 부상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양자회담은 열리지 못했다. 김 부상은 최근 방북한 ABC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입장을 밝히는 등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결국 중국의 중재 속에 베이징에서 6자회담 복귀라는 성과물을 도출한 힐-김계관 라인이 앞으로 협의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http://blog.yonhapnews.co.kr/king21c/ 장용훈 기자 jy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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