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북한 |
남북관계 해빙, 쌀·비료에 달려 |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결정하면서 그동안 꽉 막혔던 남북관계에 틈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남북관계는 7월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리 정부가 쌀 차관(50만t)과 비료 추가 지원(10만t)을 유보하면서 급속히 얼어붙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중단하고, 모든 당국간 대화를 거부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다 지난 9일 북한의 핵실험과 이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수해물자 지원 중단으로 남북관계는 거의 ‘올 스톱’ 단계까지 이르렀다.
남북관계를 푸는 핵심 열쇠는 북한이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쌀·비료 지원을 재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쌀·비료 지원 재개 시점을 ‘미사일 문제의 출구가 보일 때까지’라고 못박았다는 점이다. 남북관계가 6자회담 재개와 불가피하게 연동해 있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만 보면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한 이상, 쌀·비료 지원이 곧바로 재개돼야 한다. 그러나 핵실험이라는 추가 악재가 발생하면서 대북 여론이 나빠져 있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1일 <한국방송>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쌀·비료 지원 재개와 관련해, “6자회담 재개에 맞춰질지, 회담이 실제 이뤄지는 것에 맞춰질지, 아니면 기타 다른 요소에 맞춰질지 이제 정부 안에서 검토를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른 정부 당국자도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6자회담의 진전상황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의 제재 수위 △국내 정서 등을 감안해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단된 대북 수해물자 지원으로 남쪽이 먼저 분위기 조성에 나서면,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이나 이를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에 합의하고, 다시 우리 정부가 쌀·비료 지원 재개를 위한 회담 개최를 제안하는 단계적 수순 밟기가 가장 좋은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유보된 수해 지원 규모는 쌀 1만t 가량을 비롯해, 시멘트 7만500t, 철근 1200t, 덤프트럭 50대에 이른다.
회담 형식은 북쪽이 비공식적으로 회담 개최의 필요성을 전달하고,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회담을 제의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전제로 한 경공업 원자재 제공이나 쌀 차관 등을 위해 북쪽이 군사 실무접촉이나 당국간 대화를 전격적으로 제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북-미간 강경대립이 불거지면 남북관계는 또다시 풀리기도 전에 더욱 꽁꽁 얼어붙을 수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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