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11.28 19:52 수정 : 2006.12.05 09:54

27일 저녁(현지시간) 칼리프 메인스타디움 인근에서 대중교통의 절대부족으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택시를 타고 있다. 도하/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송호진 기자의 여기는 도하


마치 한국의 초가을 날씨 같다. 한낮의 온도는 기껏해야 섭씨 26도 정도. 오후 5시가 넘으면 사막에 어둠이 서서히 깔리는데, 밤의 찬 기운과 맞서려면 긴팔을 입어야 한다. 중동국가로서는 1974년 이란의 테헤란 이후 32년 만에 아시아경기대회를 개최하는 카타르의 수도 도하. 걸프만과 인접한 중동국가 중 가장 작은 카타르는 면적이 한국의 경기도와 비슷하다.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도심은 벌집 쑤셔놓은 듯 온통 공사판이다. 타워 크레인이 위험하게 매달린 미완성 고층건물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사막으로 진입하는 도심 외곽에도 집을 짓느라 철재와 시멘트를 나르는 차를 자주 볼 수 있다. 선수촌과 취재진이 묵는 숙소에서도 갓 지은 새 집 냄새가 풍겨난다. 74만명 카타르 인구의 절반이 사는 항구도시 도하는 2016년 여름올림픽 유치를 목표로 이렇게 변신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대회만을 위해 서둘러 ‘도심 미화작업’에 나서 손님들의 눈을 속이지 않은 이유다.

천연가스와 원유가 펑펑 쏟아지는 카타르는 자동차 기름 1ℓ가 약 220원이다. 물 1ℓ 900~1000원보다 5배가 싸다. 이런 ‘오일달러’의 힘으로 도하는 중동 비즈니스의 중심이 되고자 도시 전체를 갈아엎고 있다.

교통체증이 없는 도심과 까르푸 등 대형할인점에서는 외국노동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도 필리핀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에서 건너온 외국인들이 많다. 특히 중동국가의 특성상 카타르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제한적이어서 카타르에서 일하는 여성의 대부분은 이방인들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 여성 자원봉사자들도 카타르인을 찾기 힘들다. 사격장에서 만난 한 젊은 여성봉사자도 “필리핀에서 돈을 벌기 위해 왔다”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순수한 자원봉사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회조직위의 하청을 받은 인력업체를 통해 임시직 고용형태로 온 20~30대 젊은 외국노동자들이 상당수라는 게 한 자원봉사자의 얘기다. 대회 관계자 등을 수송하는 버스 기사의 하루 일당이 약 30만원이라고 한다. 그로서는 아시아경기대회 특수를 누리는 셈이다.

도하아시아경기대회를 나흘 앞둔 27일 오후(현지시각) 칼리프 메인스타디움 부근에 건설노동자들이 퇴근을 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도하/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그러나 금요일과 토요일이 휴일인 도하의 시민들도 손님을 맞이 하기 위해 토요일 반나절 근무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카타르 국왕 후계자이자 대회 조직위원장인 세이크 하마드 알 타니는 “도하는 범죄율이 아주 낮아 밤에 혼자 다녀도 안전하다”며 손님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실제로 사막의 중동국가라는 인식과 달리 도하의 밤은 어둡지 않다. 고층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도 있고, 가로등도 불을 밝힌다. 대형할인점도 새벽 1시까지 손님을 받는다. 아침 6시면 황금색 사막이 제 색깔을 드러낸다.

송호진 dmzsong@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