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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1 20:04 수정 : 2006.12.02 00:17

2일 새벽(한국시각) 제15회 도하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 식전행사. 카타르의 한 소년이 자라 청년이 된 다음, 카타르의 전통범선을 타고 고대 아라비아에서 천문관측에 쓰였던 ‘아스트롤라베’를 찾아 떠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이번엔 얼마나 큰 한국발 ‘여풍’(女風)이 도하에 몰아칠까. 2일 한국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길 주인공은 사격 여자트랩 단체전에 출전하는 여성사수 3인방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탁구는 이날 세계적 수비전형 김경아와 홍콩 출신 곽방방을 앞세워 여자단체전 4강전에서 세계 최강 중국에 도전장을 던진다.

여자축구에서는 15살 여고생 지소연이 2골을 몰아치며 한국팀에 귀중한 첫승을 안겼다. 여자배구에서는 한유미-송이 자매가 대만전 짜릿한 역전승의 밑돌이 됐다.

선수단장(정현숙)과 총감독(이에리사)이 모두 여성인 한국선수단. 645명의 선수 중 여성이 258명이지만, 이번 대회 한국의 종합 2위 수성에 큰 버팀목이 될 것이 분명하다.


[배구] 한유미·송이 자매, ”언니 먼저 동생 먼저”
여자배구 한유미·송이 자매 ‘왼쪽공격의 핵’ 엇갈리기 출전

30일 대만과의 경기에서 언니 한유미(오른쪽)가 동생 송이와 교체돼 투입되고 있다. 도하/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언니가 12번이 적힌 흰색 푯말을 들고 코트 밖에 선다. 동생을 불러내고 언니가 들어가겠다는 신호다.

여자배구대표팀에서 똑같이 왼쪽공격수를 맡아 동시에 코트에 설 수 없는 자매. 그래서 언니가 뛰려면 동생이 나와 줘야 한다. 콧등 왼쪽에 찍힌 점까지 같은 한유미(24·현대건설)와 한송이(22·도로공사). 미녀 배구스타로 불리는 그들은 한국여자배구 사상 첫 자매 국가대표다.

지난달 30일 열린 도하아시아경기대회 한국과 대만의 여자배구 A조 1차전. 동생 송이는 조용한 성격이지만, 코트에서는 1m85의 장신을 이용한 공격이 매섭다. 이날 11점을 올려 한국의 3-2 역전승을 도왔다. 동생보다 6㎝가 작은 언니 유미는 코에 액세서리를 박았다. 그는 “4월에 했나? 제가 피어싱을 좋아하거든요”라며 깔깔 웃었다. 한때 레게머리로 코트에 나서는 파격도 감행했다. 레게머리를 벗어던졌지만 그는 따분해보이는 검은 색 머리로 돌아가지 않았다. 한유미는 왼무릎이 좋지 않아 이날 많은 기회를 동생에게 양보했다. “우리 언니 되게 잘해요. 아프지 않으면 더 많이 뛸 텐데….” 동생의 말에 언니는 “어제까지도 운동 못하고 쉬었어요. 감독님이 갑자기 들어가라고 해서 어찌나 감을 못잡겠는지…”라며 장난스럽게 얘기한다. 동생은 이런 활달한 언니의 성격이 부럽다.

언니가 멋있어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를 따라한 한송이는 언니가 걸어간 학교를 그대로 쫓아다녔다. 실업팀은 갈렸지만 동생은 언니가 2000년 탄 신인왕을 3년 뒤에 가져갔다. 한유미는 “어렸을 때 싸우면 제가 힘으로 이겼는데요. 송이가 중학교 3학년 때 내 키를 넘어섰거든요. 힘도 진짜 세요!”라고 말한다. 힘이 실린 스파이크는 다른 팀들도 탐내는 동생의 강점이다. 결국 동생 자랑이다. 한송이는 “언니가 친구 같다”며 고마워한다.

지난달 세계여자배구선수권에서 17년 만에 진 대만에 설욕한 한국은 최소 조 2위가 유력해 8강에서 A조 하위팀과 맞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결승까지 진출해 최강 중국과 맞붙어 보겠다는 목표에 한발 더 다가섰다. 메달을 딴다면 그들은 배구사에 ‘자매 첫 메달’이라는 기록을 남긴다.

팬이 누가 더 많냐고 물었다. 동생의 말을 가로챈 건 언니다. “요즘엔 동생이 더 많아요. 전 옛날 팬들이죠.” ‘코트의 패션모델’ 한유미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퍼나르는 팬들이 꽤 되는데도 언니는 끝내 동생을 앞세운다.

도하/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지소연, 15살 소녀의 반란 …대만전 2골 폭발

지소연이 지난달 30일 대만과의 경기에서 두번째 골을 넣은 뒤 골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누가 제일 생각나냐’고 묻자, 바로 “엄마가 보고싶어요”라고 말한다. 취재진이 더 질문을 하자 옆에 있는 코치를 본다. “아잉, 선생님 너무 힘들어요.” 그러더니 입술을 삐죽 내민다. 1991년 2월21일생인 15살 지소연(위례정보산업고). 어리다고 놀리지 마시라! 한국 축구사의 신기록을 작성한 역사 속의 인물이 됐다.

지난 30일(한국시각) 여자축구 한국과 대만의 B조 1차전. 지소연은 혼자 2골을 넣어 한국에 2-0 승리를 안겼다. 중앙선 쪽에서 대만 아크 쪽으로 공이 날아가자, 떨어진 공을 잡아 2명을 제치고 날린 게 기념비적인 첫번째골. 15살 282일. 남녀 축구 국가대표 통틀어 최연소 A매치 데뷔골이다. 덕분에 한국은 껄끄러운 대만을 누르고 4강에 오를 수 있는 조 2위 확보가 유리해졌다.

지소연은 놀이터에서 공을 차다, 남자인 줄 알고 준 축구회원 모집 종이를 받은 뒤 엄마에게 축구를 하고싶다고 졸랐다고 한다. 엄마가 말렸는데, 이웃집 ‘하나분식’ 아저씨가 해보라고 적극 권유해 축구선수로 들어섰다.

안종관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천부적인 자질을 갖고 태어난 것 같다”며 “하지만 나이가 어려 체력적인 부담이 있고, 배울 게 많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기대 이상으로 해주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골잡이 정정숙이 발바닥 통증으로 빠진 공백을 이 어린 소녀가 훌륭히 메워서다. 지소연은 “힘들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도하/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지난해 귀하 곽방방, 제2의 조국을 위하여!
지난해 귀하 곽방방…모국 중국과 2일 여자탁구 단체 4강전

“어차피 맞붙을 바엔 4강이든 결승이든 상관없다.”

4강에 오른 한국여자탁구가 2일 세계최강 중국과 만난다. 현정화 감독의 여자대표팀은 지난달 30일 인도와의 8강전에서 3-0 완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확보했다.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한국을 기다리는 건 날카로운 ‘창’으로 무장한 중국의 여전사들. 국제탁구연맹 랭킹 1위 장이닝, 2위 궈얀 등이 버틴 중국은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은메달의 ‘충격’을 떨쳐내고 명예회복을 노린다.

김경아와 박미영을 앞세운 한국팀은 끈질긴 수비탁구로 중국 허물기에 나선다. 중국 선수들이 수비형 선수에게 약점을 보인다는 점을 활용해 상대의 진을 뺀 뒤 반격을 노릴 계획이다. 한국은 지난해 8월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준결승에서 에이스 김경아의 맹활약을 앞세워 중국을 3-2로 누른 바 있다. 결혼 뒤 한국인으로 국적을 바꾼 곽방방이 결정타를 날릴 한국의 비밀병기다.

현정화 감독은 “객관적 전력은 중국보다 뒤지는 게 사실이지만, 부담은 중국이 더 크다”며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중국전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도하/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여성총잡이 3총사, 첫 금 정조준
2일 저녁 사격트랩 여자단체전

한국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길 주인공은 누굴까.

일단 2일 오후 6시30분(한국시각) 열리는 사격 트랩 여자단체전에 출전하는 여성사수 3인방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더블트랩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이보나(25·우리은행), 육군 준위 이정아(29·상무), 국내 선발전 1위 이명애(30·김포시청)가 주인공. 이들은 ‘1호 금메달=사격’의 등식을 지키기 위해 사선에 선다. 3명의 기량이 고른 게 장점이다.

이날 오후 8시 유도 남자 100㎏ 이하에 출전하는 장성호(28·수원시청)도 주목의 대상. 그는 만년 2인자의 설움을 날릴 각오다. 1999년 세계선수권, 2001년 유니버시아드,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은메달만 따내며 불운을 거듭했던 그였다. 2005년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징크스 탈출을 예고한 장성호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은메달전문’이라는 딱지를 떼겠다는 각오다.

이밖에 한국은 양태영(26·포스코건설)을 앞세운 남자체조 단체와 남녀 10m 공기소총에서도 중국세를 딛고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도하/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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