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롤라베를 찾아 떠나는 여행 2일 새벽(한국시간) swim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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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연안국 첫 개최..사막의 전통과 문화 밤하늘을 수놓다
남북선수단 270명 손맞잡고 공동입장 '화합의 감동' 연출
40억 아시아인의 횃불이 '열사의 땅' 카타르 도하에서 타올랐다.
45개국 선수와 임원 1만500여 명이 참가해 지구상 최대 대륙 아시아의 기상을 떨치는 제15회 도하 하계아시안게임이 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도하 시내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웅장한 개회식을 통해 스포츠 대축제의 막을 올렸다.
사상 처음 걸프연안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오는 15일까지 39개 종목에 걸린 424개의 금메달을 놓고 보름 간 열전을 벌인다.
이날 5만여 관중 앞에서 펼쳐진 개회식은 첨단 장비와 예술 역량이 어우러져 아랍의 문화와 전통을 그려낸 한 편의 서사시가 돼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중동에서 보기 드문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시작된 식전행사는 오프닝 세리머니의 테마인 '아스트롤라베(고대 아라비아의 천문 관측기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문을 열었다.
어린 아랍 소년이 '열망의 기둥'으로 치솟은 뒤 사막과 바다의 문화가 공존하는 카타르 전통 범선을 탄 주인공으로 변신했고 '와이어 액션'으로 공중에 뜬 수십 척의 조각배를 탄 조력자들이 대망의 항해에 동행했다.
이윽고 '아시아의 경이'가 눈앞에 펼쳐졌다. 실크로드와 대교역선, 수십 종류의 아시아 전통 의상이 선보이고 100여 개의 서치 라이트가 빛을 발하면서 주경기장 전체는 환상적인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아라비아산 말 64마리가 등장해 힘찬 행진을 시작하면서 주인공은 사막으로 귀환했다. 그리고 다시 공중으로 떠올랐다 땅에 내려와 '아랍 과학의 보물' 아스트롤라베를 아들에게 전하면서 '미래의 도시'를 지향하는 카타르의 내일을 비춰냈다.
지축을 흔드는 듯한 드럼 소리와 함께 기수단이 입장한 뒤 열전의 주인공인 45개국 선수단이 차례로 입장했다. 전화를 딛고 출전한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이 영문 알파벳 순서에 따라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들어왔고 남측 150명, 북측 120명 등 270여명으로 구성된 남북한 선수단은 카자흐스탄에 이어 16번째로 공동 입장해 다시 한 번 감동의 장을 만들어냈다. '남남북녀' 공동기수 남측 이규섭, 북측 리금숙이 든 한반도기는 또렷하게 독도가 새겨진 채 서늘한 밤 바람에 휘날렸다. 순간 가로 163m, 세로 57m의 대형 LED 아치 전광판에는 'KOREA'를 중앙에 두고 양쪽에 펼쳐진 한반도기를 형상화해 남북 스포츠 화합의 축제임을 강조했다. 카타르 왕위 계승자인 셰이크 탐밈 빈 하마드 알-타니 조직위원장이 등장해 공식 행사로 이어졌고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국왕이 대회 개막을 선언했다. 3만2천 발의 폭죽이 밤하늘을 물들이며 시작된 이번 아시안게임은 2일 밤부터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에 돌입한다. 체스와 카바디를 제외한 37개 종목에 832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한국은 금메달 70개 이상을 수확해 종합 2위를 수성한다는 목표 아래 각 종목별로 치열한 한 판 승부를 벌인다. 사격의 이보나(우리은행)와 유도 장성호(수원시청)가 첫 날 금맥 캐기에 나서고 수영 3관왕을 노리는 '마린보이' 박태환(경기고)은 3일부터 금빛 물살을 가르기 시작한다. 메달박스 태권도, 레슬링이 불붙는 10일과 복싱, 양궁에서 무더기 금 사냥에 나서는 12일이 한국의 '골든데이'가 될 전망이다. 18개 종목에 250여 명을 내보낸 북한도 여자축구, 사격, 유도 등에서 금메달을 노리며 '톱10' 진입을 꿈꾼다. '황색탄환' 류시앙을 간판으로 내세운 중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의 전초전으로 전 종목에서 가공할 메달 싹쓸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의 견제가 중국의 독주를 얼마나 가로막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특별취재단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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