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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2 20:37 수정 : 2006.12.02 20:37

[2006 도하 아시안게임]

패장은 말이 없었다. 2일(한국시간) 알 라얀 구장에서 열린 일본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퇴한 뒤 구장을 빠져 나가던 김재박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공식 인터뷰도 사양하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구경백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가 대신 읽은 패장의 소감은 "패장으로 할 말이 없다. 팬들을 뵐 면목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 10월 말 LG 트윈스와 한국프로야구 역대 감독 최고액인 15억5천만원(3년)에 계약하며 최고 자리에 오른 김재박 감독이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아테네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던 지난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대만에 패해 야구 인생에서 큰 상처를 안았던 김 감독은 3년 만에 다시 잡은 대표팀을 통해 멋진 설욕과 재기를 노렸으나 당시와 똑같이 대만과 일본에 연패하며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았다.

1996년부터 올해까지 현대유니콘스를 11년간 이끌며 한국시리즈를 4번이나 제패한 김 감독은 '작전 야구'의 대명사로 통했으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특유의 작전 한 번 펼치지 못하고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표팀 선발에 있어 사실상 전권을 휘둘렀다.

다만 국제 경기 경험이 풍부한 김동주와 홍성흔(두산), 구대성(한화) 등이 불참을 선언했고 개인적으로 참가를 권유했던 이승엽(요미우리)마저 난색을 표시, 원래 구상했던 최강의 드림팀을 구성할 수는 없었지만 국내에서 활약 중인 포지션별 최고 선수들을 모아 김 감독의 구미에 맞는 팀을 만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대실패였다. 지난달 30일 대만전에서 1회와 9회를 제외하고 매회 선두타자가 출루하며 무수한 찬스를 맞았으나 번트 실패와 후속타 불발이 그치면서 한국은 2점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작전야구로 승부를 걸겠다"던 김 감독의 생각과는 정면배치되는 것이었다. 2일 일본전에서도 번트 실패가 이어져 3주간 진행된 합숙 훈련에서 과연 선수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게 했다.

1승이 필요한 상황에서 상대 공격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마운드의 물량공세가 필요했지만 무슨 뜻에서인지 벤치를 지키는 선수가 더 많았다.

안타보다 나쁘다는 볼넷을 연발하고 누상에 주자가 나갔을 때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면 가차없이 다른 선수로 바꿨어야 하지만 김 감독의 선택은 한 템포씩 느렸고 결국 안 좋은 결과를 초래했다.

2일 일본전에서도 3회 선발 유현진이 투런포를 맞고 4-4 동점을 허용했지만 김 감독은 한 차례 마운드에 올라 다독였을 뿐 유현진이 안타와 볼넷을 연거푸 허용하는 상황에서도 그를 밀어 붙였고 결국 적시타를 맞고 역전 점수를 허용하자 우규민으로 교체했다.

대만전에서도 구위가 현저히 떨어진 선발 손민한을 중용하다 5회 선두 셰자셴에게 홈런을 맞고 바꾼 것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셰자셴은 3회 첫 타석에서 손민한으로부터 우측 펜스를 직접 맞히는 2루타를 때렸던 터라 필승 의지가 있었다면 다른 투수로 교체할 시점이었다.

삿포로의 아픔에 이어 도하의 참변까지. 대표팀과 악연을 끊지 못한 김 감독의 지난 2개월을 돌아보면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도하=연합뉴스) 특별취재단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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