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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3 19:11 수정 : 2006.12.03 22:41

유도 무제한 우승 이시이에
4번째 승부만에 한판승 설욕
지켜보던 아내 눈물 주르륵

아내 김성윤씨는 앉지 못했다. 기도하듯 모은 손에는 남편 장성호(29·수원시청)가 청혼할 때 선물한 은색반지가 끼어있었다. 둘은 2004 아테네올림픽이 끝난 뒤 소개로 만났다. 유도와 레슬링을 헷갈릴 정도로 스포츠에 무관심했던 아내는 장성호가 아테네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줄도 몰랐다. 장성호는 서울 대학로 소극장을 통째로 빌려 영상편지로 청혼해 눈 큰 아내의 마음을 열었다. 경기 전날 도하에 도착한 아내의 옆자리에는 홍삼 죽이 담긴 보온통과 디지털 카메라가 있었다. 장성호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는데, 발을 동동 구르고 손을 부르르 떠는 아내는 카메라를 집어들 정신이 없었다.

2일(한국시각) 카타르 스포츠클럽에서 열린 도하아시아경기대회 유도 남자 100㎏ 이하급 결승전. 장성호는 열살 어린 일본의 이시이 사토시와 결승전에서 맞닥뜨렸다. 이시이는 올해 전 일본유도선수권에서 우승한 일본의 자존심. 모든 체급의 선수들이 나와 겨루는 이 대회는 일본 유도선수들이 세계선수권보다 우승이 힘들다고 여긴다.

장성호는 이시이와 3번 붙어 모두 졌다. 그 강자와의 결승전에 아내를 일부러 불렀다. “결혼하고 세달 뒤부터 태릉선수촌에 들어와 주말부부로 살았어요. 곱게 자란 남의 집 딸을 데려와 용인 집에 혼자 놔뒀으니 얼마나 미안합니까?” 성균관대 아동심리학 석사를 딴 아내는 박사학위 과정도 1년 미룬 터였다. 장성호는 아내가 보는 앞에서 12월17일 결혼 1주년 선물로 금메달을 따겠다고 약속한 뒤 도하로 건너왔다.

장성호 아내 김성윤씨
장성호는 왼손잡이이면서 밑으로 파고드는 선수를 싫어한다. 이시이가 바로 그런 상대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병근 감독은 잡기싸움에 능한 장성호에게 깊숙이 잡아 끌어당길 것을 주문했다. 장성호는 1분58초를 남기고 다리잡아 메치기로 절반을 얻어냈다. 종료 11초 전. 장성호는 허리후리기로 일본유도를 천하통일한 이시이를 넘겼다. 한판승. 그 순간 체육관에는 ‘어기여차~’로 시작되는 한국 노래가 흘러나왔고, 아내는 눈물을 쏟았다. “티는 안냈지만 참 힘들어 보였거든요.”

아시아선수권대회(2003·2004년), 2002 부산아시아경기대회, 2004 아테네올림픽 등에서 줄곧 2위를 해 ‘은메달 전문선수’로 불린 장성호는 서른이 다 돼서야 묵은 한을 풀어냈다. 그것도 이번 대회 한국의 첫 금메달이었다. 장성호는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은퇴까지 생각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아내는 시상대 맨 꼭대기에 남편이 오를 때 비로소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도하/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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