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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3 19:28 수정 : 2006.12.05 09:49

송호진 기자의 여기는 도하

모래 뿐인 사막. 베드인족들이 살던 조그만 지역. 100년 전 카타르를 묘사한 서양의 문헌들에 도하는 척박한 땅이다.

2006년 12월의 도하는 사막 위의 인공도시다. 사방의 초고층 빌딩과 건축현장의 크레인으로 스카이라인이 달라졌다. 197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엄청난 오일달러 잔치의 결과다. 그런데 변화는 하드웨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2일(한국시각) 15회 도하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 행사. 4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예술행사에서 걸프만의 작은 반도국(한국의 8.5분의 1) 카타르의 21세기 비전을 엿볼 수 있었다. 호주 데이비드 앳킨스가 총 지휘한 ‘아스트롤라베(고대 아라비아의 천문 관측기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등장한 아랍 소년은 희망의 상징이다. 그는 ‘열망의 기둥’으로 치솟은 뒤 카타르 전통범선을 타고 대양으로 향했다. 아라비아 숫자의 발상지, 중세 유럽의 암흑기와 대비되는 과학선진국의 영화들, 소년의 항해는 아랍의 옛 영광과 자존심을 되살려내는 복선이다.

항해 중에 펼쳐진 ‘아시아의 경이’는 아시아의 재발견에 가깝다. 동서문명의 젖줄 실크로드와 대교역선의 웅장한 모습들, 수십 종류의 아시아 전통 의상의 등장은 100여개의 서치 라이트가 불빛과 함께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유럽의 시각에서 바라본 ‘미들이스트’(Middle East) 중동이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교인 카타르를 빗대는 듯하다.

아라비아산 말 64마리의 등장과 아스트롤라베의 발견, 선수단 입장 뒤 아랍복장을 한 국왕의 아들 셰이크 모하메드 알-타니(18)의 성화 점화는 역동성과 긴장감으로 4만여 관중을 극적인 경험으로 안내했다.

도하는 테러리즘, 이슬람 원리주의, 열사의 땅으로 잘못 덧칠된 아랍에 대한 시각을 거부한다. 유럽과 아시아 나라와 함께 세계를 향해 함께 가자고 가슴을 열었다. 특별히 스포츠 행사는 도하의 메시지를 알리는 매개다. 도하 마스터스 골프대회, 테니스 도하오픈, 슈퍼바이크 세계대회, 국제육상경기연맹 육상투어 개최 등 굵직한 대회가 그렇다. 2016년 올림픽까지 꿈꾸는 카타르는 이번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 시설에만 28억달러를 쏟아부었다. 그 가운데 아스파이어(열망) 체육시설은 축구 수영 다이빙 등 6개 종목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7만3000㎡) 규모다.

아스트롤라베 모양의 성화대가 말을 타고 올라온 왕자에 의해 점화되는 순간, 세개의 커다란 링이 360도 회전하는 모습은 아랍을 통해 하나되는 지구촌과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를 보여주는 것처럼 강렬했다.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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