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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3 19:33 수정 : 2006.12.03 22:49

김재박 감독 등 한국야구대표팀 선수단이 2일(한국시각) 일본에 7-10으로 역전패한 뒤, 침통한 표정을 지으면서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김재박호, 일본 아마팀에 충격의 패배
한박자 늦은 투수교체·투지 실종 패인
일, 사회인 야구 359개팀 탄탄…국제대회 단골 출전

오후 늦게 집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김경문 두산 감독은 불쑥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하지만, 차마 두눈을 화면에서 뗄 수 없었다. ‘설마’했던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3회말 선발 류현진(한화)이 일본 사이고 야스유키에게 4-4, 동점홈런(2점)을 내주자, 김 감독은 자신의 마음도 함께 무너지는 것을 느끼며 시선을 화면에서 거둬들였다.

“현장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너무 아파 더이상 경기를 지켜볼 수 없었다.” 이날 마음이 아팠던 이는 비단 김 감독 뿐 만이 아니었으리라.

한국야구가 국제대회에서 제대로 ‘쓴 맛’을 봤다. 김재박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2일(한국시각) 알 라얀 구장에서 열린 도하아시아경기대회 풀리그 일본과의 2차전에서 올 시즌 아시아 최다인 47세이브 기록을 세운 특급마무리 오승환(삼성)이 9회말 초노 히사요시에게 끝내기 3점홈런을 허용하면서 7-10으로 졌다. 일본대표팀이 사회인 야구와 대학 선수 등 순수하게 아마추어 선수들로 꾸려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충격적인 결과다.

당연히 이길 것으로 여겼던 일본전 패인으로는 여러가지가 지적된다. 그 중에서도 한박자 늦은 투수교체가 제일 컸다. 11월30일 대만과의 1차전서 선발 손민한(롯데)을 지나치게 길게 끌고가다가 패배를 자초했던 김재박 감독은 이번에도 3회말 급격히 흔들린 선발 류현진을 끝까지 밀어붙이다가다 역전까지 허용했다. 동점 상황에서 제구력이 불안했던 오승환을 끝까지 고집한 것도 무리수였다. 지난 3월 세계야구클래식(WBC) 사령탑이기도 했던 한화 김인식 감독은 이에 대해 “(일본 타자들에게) 맞기 전에 미리 투수를 불펜에 준비시켜야 했다. 대만전 때도 그랬고, 그 점이 제일 아쉬웠다”고 꼬집었다.

선수들의 투지 실종도 문제였다. 대만전 패배로 자력으로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없어지자 실망한 선수들의 마음은 일본전에 그대로 투영됐다. 병역 혜택의 달콤한 열매가 대만전 이후 독버섯이 되고 만 것. 여기에 ‘일본 사회인팀에도 지면 무슨 망신이냐’는 부담감까지 얹어지면서, 선수들은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김경문 감독은 “화면으로만 봤지만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에 긴장했는지, 한국 선수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여유가 없어보였다”고 말했다.

이밖에 상대팀 선수에 대한 정보의 부재, 현지적응 실패 등도 한국팀 부진의 요인으로 꼽혔다. 한쪽에서는 ‘한국야구 실력이 뒷걸음질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단기전 결과를 놓고 전체적인 실력 하락을 논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야구계 지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야구인들은 일본 사회인 야구의 숨겨진 힘에서 느꼈듯이 한국도 저변확대를 통해 전체적으로 야구의 수준을 높여 판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한국은 3일 필리핀과의 풀리그 3차전에서는 홈런 3방(이대호·이진영·조동찬) 등을 앞세워 12-2, 7회 콜드게임승을 거두고 구겨진 자존심을 다소나마 회복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일본 사회인야구 어떻기에?

전국 359개팀 탄탄…국제대회 단골 출전

한국과의 경기에서 가장 많은 이닝(3⅔회)을 던지며 2안타 1실점으로 선방한 다카사키 겐타로(21·닛산자동차). 그는 일본 사회인야구 수준을 잘 보여준다. 체격은 1m76·80㎏으로 야구선수로서는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최고 150㎞를 넘는 직구에다, 횡으로 꺾이는 슬라이더와 커브·포크볼을 구사하는 유망주다. 이미 2005년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해 일본이 우승하는데 기여했고, 그해 9월엔 야구월드컵에 출전해 5경기에서 14⅔회를 던지며 평균자책 0.61을 기록한 바 있다. 또 올해엔 일본 사회인야구의 최정상대회인 도시대항야구대회에서 2회 연속 닛산자동차의 준우승에 공헌해 일본에서는 널리 알려졌다. 그는 이런 활약을 인정받아 최근 실시된 일본프로야구의 사회인·대학생 드래프트에서 요코하마 베이스타스로 지명되는 행운도 누렸다.

일본프로야구는 올해 사회인·대학생 드래프트에서 무려 58명의 선수를 선발하는 등 규모나 수준에서 한국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해 월드컵이나 아시아선수권 등에 사회인이나 대학생 출신의 야구선수를 내보내는 일본은 아마추어도 이렇 듯 무서운 국제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일본 사회인야구팀은 359개팀에 이르고 있으며, 이 중 회사가 운영하는 팀은 85개, 특히 도시대항전에 출전하는 닛산자동차 같은 실업팀이 32개나 된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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