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03 23:36
수정 : 2006.12.04 10:07
|
여자정구팀의 막내 김경련이 일본과의 단체전 결승 두번째 단식 경기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는 두팔을 치켜들고 기뻐하고 있다. 도하/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
여자정구 김경련 단체전서 금 일궈
장애 부모님이 10년 뒷바라지 눈물
금메달이 유력했던 여자정구 단체 결승 경기가 열린 3일(한국시각) 할리파 정구코트. 하지만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맏언니 이복순(25·농협)-민수경(24·하나은행) 짝이 첫 경기 복식에서 일본에 2-5로 졌기 때문이었다.
두번째 경기인 단식에 출전한 선수는 막내 김경련(20·안성시청). 언니들의 부진을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컸을까? 그만 내리 3세트를 내주고 만다. 아시아 정구 강국의 자존심이 순식간에 사라질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자신을 뒷바라지해준 부모님을 생각한 그는 라켓을 한번 더 힘껏 움켜쥐었다. 그의 스트로크가 상대 코트에 내리꽂히며 경기 분위기는 반전됐고, 기적 같은 연속 4세트의 승리가 이어졌다. 승부는 1-1 원점으로 돌아왔다.
막내의 투혼에 보답이라도 하듯 세번째 복식에 나선 언니들의 경기는 불꽃 튀는 접전 그 자체였다. 김지은(24·농협)-이경표(24·안성시청) 짝은 무려 9세트까지 가는 혈전 끝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 한국의 두번째 금메달이었다. 정구가 정식으로 채택된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한국 여자정구가 단체전 4연패를 달성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분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킨 김경련은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소아마비로 왼쪽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 김창환(50)씨와 청각장애인 어머니 이순례(49)씨를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라켓을 잡기 시작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부모님이 해준 정성스런 뒷바라지를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금메달 약속을 해드리진 못했지만, 힘들게 키워주신 부모님께 이 영광을 먼저 돌리고 싶어요.” 어린 시절부터 그를 지켜본 지헌수 감독은 “몸이 불편한 부모 밑에서도 꿋꿋이 운동하는 김 선수가 대견할 뿐”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1998년 방콕대회 이후 3연패에 도전했던 남자 단체는 준결승에서 일본에 0-2로 진 뒤 3-4위전에서 몽골을 2-0으로 꺾고 동메달에 그쳐 아쉬움이 남았다.
유도 이소연 막판 방심 ‘은’…사격 은 2개 추가
사격과 유도, 사이클, 수영에서는 은메달과 동메달이 쏟아졌다.
사격 남자 대표팀은 10m 공기권총(진종오·이대명·김영욱), 50m 소총복사(박봉덕·이현태·전동주), 10m 공기소총(김혜성·유재철·채근배)에서 모두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다. 진종오(KT)와 유재철(대전체고)은 개인전에서 각각 동메달을 추가했다. 유도 여자 78㎏급 결승에 나선 이소연은 효과로 앞서가다 종료 1초를 남기고 효과를 내줘 들어간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나카자와 사에(일본)에게 1-2로 판정패해 은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남자 사이클 개인도로에 나선 박성백(21·서울시청)은 156.4㎞ 구간에서 열린 결승에서 1·2위와 같은 기록을 내고도 간발의 차이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밖에 한규철(25·전남수영연맹)은 개인혼영 400m 결선에서 4분21초78의 한국신기록(종전 4분23초05·김방현)으로, 여자 400m 혼계영(이남은·정슬기·신해인·류운지)도 4분09초22로 각각 동메달을 보탰다. 남자 역도 56㎏급의 이종훈(20·충북도청)과 양태영 등이 출전한 남자 기계체조 대표팀도 각각 동메달을 따냈다.도하/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