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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5 07:20 수정 : 2006.12.05 07:20

5일 새벽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수영 여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딴 한국의 이지은이 시상식이 끝난 뒤 환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오고 있다. 2006.12.5(도하=연합뉴스)

5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하마드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경영 여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동메달을 딴 이지은(17.전남제일고)은 물에서 빠져나와 공동취재구역을 지나칠 때 수영 모자를 벗지 않았다.

시상식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지은은 하얀 바탕에 태극마크가 뚜렷한 수영모자를 그대로 쓰고 시상대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유는 탈모증 때문이다. 7살 때부터 원형탈모증을 앓던 이지은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온 몸의 털이 빠져 병원에 갔더니 전신탈모증으로 발전했다는 '청천벽력'같은 판정을 받았다. 머리카락이 없으니 항상 모자를 쓸 수밖에 없었던 것.

이지은이 수영 선수가 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 교내에 수영 클럽 모집 광고를 보고 왠지 마음이 내켜 부모를 졸랐다. 이지은은 물속에서 빼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불쑥불쑥 성장하기 시작했고 4학년 때는 전국소년체전 전남 대표로 뽑혔다.

하지만 6학년 때 전신탈모증 판정을 받으면서 운동을 포기할까 고민도 했다. 머리카락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이지은을 잡아준 건 바로 '엄마'였다.

"수영장에서는 모자를 쓸 수 있으니까 오히려 수영 선수를 계속하는게 낫지 않겠니?"

용기를 얻은 이지은은 더욱 열심히 수영에 전념했고 초등학교 마지막 소년체전에 나가 자유형 50m와 100m에서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중학교에 들어가 사춘기가 찾아오자 탈모증에 대한 자괴감이 들 때도 많았지만 물 속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빠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이겨냈고, 마침내 2004년 10월 처음 태극마크를 단 뒤 지난해 11월 마카오에서 열린 제4회 동아시안게임 여자 자유형 4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지은은 경기를 마치고 공동취재구역을 지날 때만해도 환한 표정으로 "기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시상식 때만은 힘들게 이겨낸 지난 세월이 한꺼번에 떠올랐는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글썽였다.

전신탈모증은 약을 먹으면 나아질 수 있지만 도핑테스트에서 걸릴까봐 전혀 입에 대지 않는다는 이지은. 2년 동안 성장해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룰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도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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