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내아들아!’ 이원희의 아버지 이상태씨가 관중석으로 달려온 아들을 껴안고 ‘그랜드슬램 달성’을 축하해주고 있다. 어머니(왼쪽)와 누나도 함께 기뻐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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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한국유도 최초로 4개 대회 석권
아버지·어머니·누나, 네번 모두 현장응원
아들은 도복을 입은 채 계단을 지나 벽을 타고 올라 2층 관중석 난간을 뛰어넘었다. 경기 전날 회갑이었던 아버지를 껴안았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2004 아테네올림픽 금메달 목표를 이룬 뒤 방황할 때, 기도로 지켜준 엄마의 품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이번 대회에도 아들이 좋아하는 콩잎, 씀바귀김치, 된장찌개 팩을 가방에 챙겨줬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살 위 누나는 동생 대신 눈물을 흘렸다. 누나는 미국으로 전화해 개그맨 흉내도 내주는 동생이 늘 고맙다.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면 꼭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게 빗당겨치기다! 이원희가 5일 카타르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유도 남자 73kg급 결승에서 일본의 다카마쓰 마사히로를 한판승으로 물리치고 있다. 도하/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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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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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한 꿈 이뤄줘 고마워
안병근 감독·전기영 코치 머리숱이 많이 옅어진 한 남자가 매트 밖으로 나오는 이원희를 안아줬다. 안병근(44) 남자유도대표팀 감독. 관중석에서 이원희를 향해 끊임없이 기술을 주문한 또다른 남자. 전기영(33) 코치다. 이들은 자신이 아깝게 이루지 못한 그랜드슬램을 지도자가 돼 후배를 통해 이뤄냈다. 성균관대 체육학 박사학위를 따고 용인대 교수로 있는 안 감독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85년 세계선수권, 86년 서울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84년 아시아선수권 3위가 한국 최초의 그랜드슬램을 막았다. 용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조교수로 있는 전기영 코치. 한국 유도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3연패(1993·95·97년)를 달성하고 95년 아시아선수권,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우승했지만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이 없다. 2004 아테네올림픽 뒤 대표팀을 맡은 그들은 흐트러진 이원희를 붙잡았다. 이원희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니 뻥뚫린 마음을 채울 열정이 생기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감독님과 트러블도 많았다. 내가 말을 잘 듣지않아서”라고 했다. 현역시절 71㎏급의 안 감독과 78㎏급의 전 코치는 잦은 부상으로 조급해하던 이원희를 다독였고, 잡기싸움과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주는데 주력했다. 이원희는 “잘 이끌어준 감독님께 감사를 드린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안 감독은 “오늘도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해 옆에서 원희가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전 코치는 “국제무대에선 4분59초를 지다가도 마지막 1초에 한판으로 뒤집을 수 있는 배포와 기술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게 이원희다. 이런 선수가 나오려면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나야 할 지 모른다”며 후배를 칭찬했다. 도하/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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