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12.05 20:29 수정 : 2006.12.05 20:35

긴장 감도는 체스경기장…침묵 깨면 ‘응징’
선수 나이·국적 다양…천재소녀 험피 금


사진기자의 카메라 셔터소리가 쩌렁쩌렁 실내에 울린다. 헛기침이라도 크게 할라치면 눈치가 보일 정도다. 마치 독서실 같은 이곳은 사실 체스경기가 열리고 있는 카타르 도하 알 다나 실내경기장.

이들이 선수 맞아?=히잡을 쓴 여인부터 정장을 갖춰입은 신사까지 다양한 국적만큼이나 옷차림도 제멋대로다. 귀걸이와 반지는 기본이고, 화려한 스커트를 입은 선수도 있었다. 검게 그을린 피부에 운동복으로 통일된 다른 종목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이의 구분도 무의미하다. 일본의 나카가와 에미코(65)는 손녀뻘인 필리핀의 도세나 제다라(14)와 맞붙었다. 경기장 분위기도 마치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의 고사장처럼 침묵과 긴장이 감돈다. 상대의 수를 기다리다 지쳐 하품을 하기도 하고, 묘안을 짜내느라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떠는 선수도 보인다. 여기저기서 “쉿!”하는 소리도 들린다.

독서실보다 더 조용한 이곳은 체스 경기장. 4일(한국시각) 알 다나에서 열린 체스 여자경기에서 각 나라의 선수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체스판을 바라보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떠들면 이름 적는다’=침묵을 깨뜨리는 자에겐 응징이 가해진다. 일본 <앤에이치케이(NHK)>의 한 기자가 쥐 죽은 듯 조용한 경기장에서 소곤소곤 리포팅을 하려다 진행요원에게 저지당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이번엔 선수들과 좀 더 떨어진 곳에서 한번 더 시도하다 또 들켜버렸다. 야단치는 선생님의 눈빛으로 다가온 진행요원은 이번엔 “이름을 대라”며 아예 기자의 이름과 소속을 적어갔다. 어이없어하는 기자와 근엄한 표정의 진행요원. 어릴 적 학교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다.

천재소녀 험피 “이 정도쯤이야”=4일(한국시각) 열린 여자 ‘래피드’(25분내에 승부가 가려지는 종목) 마지막 라운드에선 인도의 천재소녀 코네루 험피(19)가 손쉽게 금메달을 따냈다. 인도 최초의 여성 세계챔피언인 그는 몰려든 카메라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롭게 말을 옮겼다. 험피는 경기시간 대부분을 상대의 수를 기다리는데 보낼 만큼 한수 위의 기량을 선보였다. 그는 “쉬운 경기였다”는 우승소감과 함께 “2관왕이 되겠다”며 끝없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도하/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