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08 18:22
수정 : 2006.12.08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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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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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개’ 박태환 근력 약하지만,
팔·다리 힘 균형, 최상의 폼 만들어…
3관왕의 비밀은 몸에 있었고, 그 몸의 비밀은 ‘밸런스’(균형)였다.
박태환의 몸을 분석하고, 과학적인 영법에 조언을 한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송홍선 박사는 8일 “근력은 강하지는 않다”며 “한 마디로 폼이 좋다”고 설명했다.
폐활량(7000㏄)도 원체 크지만, 좌우 팔과 다리에서 나오는 힘의 균형이 완벽해 최상의 폼을 만든다는 것이다. 폼이 좋아야 물 위를 떠다니는 동작을 할 때 저항을 줄이고, 리듬을 타면서 쑥쑥 나아갈 수 있다. 무작정 힘만 쓰는 것을 하마로 비유하면, 박태환은 물찬 제비다.
근력의 단면인 악력에서도 박태환은 좌우의 차이가 2㎏ 이내다. 좌우의 다리를 특정한 각도 만큼 폈다가 구부리는 힘을 측정했을 때, 좌우 차이가 500g 안쪽이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좌우 균형이다.
단거리에 강한 것도 박태환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송 박사는 “마라톤에서도 1만 미터 등 중장거리 선수를 하다가 마라톤으로 바꾸는 게 추세”라며 “박태환은 중거리 격인 100m, 200m 기록이 좋아 장거리에서 여유 스피드를 낼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태환은 지난해부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근력훈련을 했는데 1년여 만에 급속히 성장했다. 수영 선수의 절정기를 22~25살로 보면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송 박사는 “타고난 신체적 특징과 좋은 지도자가 결합돼 전망이 밝다”며 “근력과 지구력을 높이고 100, 200m에서도 꾸준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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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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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닷새간 3300m 강행군…메달 7개
“쟤가 그 박태환이야?”
8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하마드 아쿠아틱센터. 경영 마지막 경기인 남자 혼계영 400m의 출전선수들이 들어설 때 사람들은 눈을 의심했다. 3번 레인에 들어선 한국팀에 방금 끝난 자유형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17·경기고2)이 섞여있었기 때문이다.
5일간 3300m. 박태환은 물살을 가르고 또 갈랐다. 그렇게 해서 따낸 메달만 금 3, 은 1, 동 3개에 이른다. 1982년 뉴델리아시아대회 최윤희 이후 24년만에 탄생한 수영 3관왕이다. 자유형 200m(1분47초12), 1500m(14분55초03)에선 아시아신기록을 세웠고, 단거리인 100m에서도 50.02로 은메달을 따며 한국기록을 갈아치웠다. 게다가 한국이 경영에서 따낸 16개의 메달중 7개를 박태환 혼자서 해결했다.
“무리라고 판단했다면 내보내지 않았겠죠.” 노민상 경영 총감독은 “혹사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한 마디로 날려버렸다. 그의 말대로라면 박태환의 피로회복능력과 심폐기능은 일반 선수들보다도 두 세배 뛰어나다. 7살 때부터 유산소운동으로 길러진 심폐지구력에, 아시아대회를 앞두고 하루 1만8000m를 가르는 지구력 훈련으로 다져진 결과다.
이는 육상의 마라톤과도 같은 자유형 1500m 마지막 질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2위를 차지한 장린(15분03초13)이 마지막 100m를 1분00초61에 끊는 동안 박태환은 이보다 4초 빠른 56초58에 100m를 주파했다. 처음 100m 기록(57초05)보다 마지막 100m 기록이 더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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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개인 성적 (금3·은1·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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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마친 뒤 박태환은 “이번처럼 많은 종목에 나온 적은 없다”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지만 “성적이 좋으니 힘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라고 힘들지 않겠냐마는 100m 단거리부터 1500m까지 출전하며 쌓은 기록들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은 분명하다. 내년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한국 수영의 새 물결을 연 박태환의 신화창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편, 엿새간의 일정을 마무리한 경영에서는 중국(금16 은22 동6)이 은메달 수에서 일본(금16 은14 동17)을 제쳤지만, 총 메달수에선 일본이 3개차로 앞섰다. 또 114개의 총 메달중 80%를 쓸어간 중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박태환이 3개의 금메달을 딴 한국을 비롯해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시리아 네나라만이 금메달을 따내는 등 수영의 메달 편중현상은 여전했다.
도하/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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