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8.24 22:09
수정 : 2010.08.27 11:37
여주 일부 음식점 ‘반대론자 사절’ 안내문
누리꾼들, 불매운동·관광안가기 등 나서
환경단체들 “농민 생각해서…” 자제 호소
4대강 사업의 찬반 논란에 휘말려 경기도 여주군의 대표적인 농·특산물인 ‘대왕님표 여주쌀’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인터넷 공간에서 번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달 초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와 금사면 이포리 일대 음식점과 부동산 등 일부업소에 ‘한강 살리기를 반대하는 사람은 사절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내붙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이 트위터와 다음 아고라 등에서 ‘여주 농산물 안먹기’를 제안했다. 한 누리꾼은 “여주 농산물 안먹기, 쌀 불매운동, 여주지역 관광 안가기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앞으로도 20년은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주군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지난 21일 여주의 읍·면장들이 이장을 통해 주민들을 동원해 1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강살리기 사업 사수를 위한 인간띠잇기’ 행사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뒤 항의와 불매운동 글이 이어지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 주민은 “여주하면 떠오르는 것이 여주쌀과 여주왕릉, 도자기 축제 등으로, 외지인들과 상생하며 살아가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관제데모를 하느냐”며 여주군수의 사과를 요구했다.
사태가 이처럼 확산되자 여주지역 환경단체와 여주군이 여주쌀 불매운동의 자제를 호소하고 나섰다. 여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재고 쌀이 많은 상황인데 쌀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면 죄 없는 농민들은 2중, 3중의 고통을 겪을 것”이라며 “지역 정서상 침묵하고 있지만 여주 농민 역시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분들이 있다. 농민들을 극한의 고통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불매운동을 멈춰달라”고 말했다. 여주군 관계자도 “일부 업소가 한강살리기 사업에 찬성하는 뜻으로 사업 반대자에게 판매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두고 여주지역 모든 농산물을 사지 말자고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지나치다”며 “농민들을 생각해서라도 불매운동을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정부의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지난달 22일부터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등 환경운동가 세명이 남한강 한 가운데 솟은 20여m의 콘크리트 보 상판에서 목숨을 건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반면 여주녹색성장실천연합 등 여주지역 찬성 주민과 단체들은 이포보 점거농성이 시작된 뒤 4대강 사업 찬성집회를 잇달아 열면서 이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사사건건 대치해왔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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