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02 08:35
수정 : 2010.09.02 08:35
16개구에 ‘인원 협조’ 공문…차량지원도
구에선 해병전우회 등 자생단체에 할당
지난 31일 오후 4시 부산시청 1층 대강당. 7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부산시 주최로 낙동강 살리기 추진상황 보고회가 열렸다. 부산시와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가 차례로 나와 낙동강 제2하굿둑 공사(배수문 증설 공사)와 낙동강 1~4공구 사업 개요 및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낙동강 구간 홍보 동영상 상영을 끝으로 설명회는 1시간 만에 끝났다.
설명회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시청 근처에 대기중인 대형버스에 올랐다. 한 참석자는 구청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여기 모이세요”라며 이름을 외쳤다. 그러자 10여명이 차례로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하나둘 시청을 떠났다.
이날 설명회 참석자들은 16개 구에서 모집한 것으로 확인했다. 부산시에서 참석을 독려하는 협조공문을 보냈던 것이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부산시 하천관리과는 “인원을 할당한 것이 아니라 협조를 구했을 뿐”이라며 강제동원을 부인했다.
하지만 한 구 관계자는 1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40명을 채워 달라고 시에서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구의 관계자도 “시에서 동원 인원을 문서로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설명회 장소에 구별로 좌석을 40명으로 정했으니 협조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공문을 받은 구에서는 해병전우회 등 자생단체 쪽에 인원을 할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생단체 임원들은 다시 회원들한테 전화를 걸어 회원들을 구청으로 모았다. 구에서는 대형버스와 승합차 등에 자생단체 회원을 태워 시청으로 이동시켰으며, 행사가 끝난 뒤 다시 구청으로 돌아와 헤어졌다. 자체 차량을 준비하지 못한 일부 구는 시가 운영중인 시티투어 차량을 지원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적십자단체 회원인 60대 여성은 “날씨가 무더워 참석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구의 연락을 받은 임원진이 체면을 세워 달라고 해서 친구 몇몇과 함께 왔다”며 “알지 못했던 정보를 접해서 좋았지만 이런 식으로 억지로 동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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