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0.21 19:55
수정 : 2010.10.22 08:55
지난해 낙동강 24공구 낙찰받은 대우건설
공고 안한 ‘준설량 축소’ 정확히 맞춰 제안
대우건설 “우연의 일치”
4대강 사업 중 낙동강 유역의 한 공사구간에 대한 턴키(일괄발주) 입찰 과정에서 정부가 내부적으로 정한 지침이 사전에 특정 건설업체에 유출돼 이를 토대로 해당 업체가 공사를 따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턴키 입찰 업체들의 짬짜미(담합) 의혹이 짙다고 보고 조사에 나섰지만 낙동강 대부분 공구의 입찰을 담당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지난해 9월 낙동강 24공구 1차 턴키공모를 하면서 한달 앞서 국토부로부터 비공개로 전달받은 ‘준설량 물량 조정’ 사실을 공고에 반영하지 않은 채 그냥 입찰을 진행했다”며 “정부기관 내부에서의 일이었는데도, 설계에 응모한 대우건설은 설계도에 준설량 변경 계획을 반영했으며, 국토부가 검토했던 준설량 축소치까지 정확히 일치했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8월13일 부산청에 ‘준설토 조정방안’이란 비공개 공문을 보내, 본래 24공구 준설 계획량이었던 3510만㎥를 1870만㎥로 축소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또한 지난해 6월 이미 입찰공고된 턴키 1차분에 대해선 정정공고 등 적절한 조처를 취하라는 지시도 했다. 하지만 부산청은 공사 시한을 맞추기 위해 정정공고 등을 내지 않고 본래의 공고와 일정에 따라 입찰 절차를 밟았다.
이후 24공구 입찰에서 1등을 차지한 대우건설은 9월14일 부산청에 제출한 설계도에 준설량을 3000만㎥에서 1870만㎥로 축소하겠다는 제안을 담았다. 이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국토부의 준설 축소 계획 수치와 정확히 일치한다. 국토부 소속 공무원인 ㅇ 심사위원은 평가 사유서에서 대우건설의 설계안에 대해 “대우건설은 현지 요건을 고려한 준설계획 변경(1870만㎥)을 제안한 점 등에 우위가 있어 1위로 평가한다”고 적었다.
낙동강 24공구 턴키 입찰에서는 대우건설을 포함해 지에스(GS), 에스케이(SK)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4개 대형건설업체 컨소시엄이 참여해 경합을 벌였으나, 대우건설이 정부가 추정한 사업비의 99.32%인 3821억원에 낙찰받았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턴키방식으로 발주한 4대강 사업의 15개 공구 입찰에서 가장 높은 낙착률이다.
김진애 의원은 “건설업체가 정부의 마스터플랜에 의해 확정된 준설량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계획안을 내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토부 검토 내용이 비공개였고 다른 건설업체는 준설량 변경 제안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대우건설에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한 “지난해 낙동강 공구의 턴키 입찰에서 짬짜미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중’이라면서도 아직까지 1년 넘도록 결과를 발표하지 않을뿐더러, 낙동강 사업을 주관하는 부산국토청엔 한번도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산국토청 답변을 통해 확인했다”며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권력 실세로부터 외압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쪽은 “준설량 축소 물량이 서로 일치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의 일치’였다”고 해명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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