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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21 20:02 수정 : 2011.04.21 21:49

박주희 기자

지난 16일 낮 12시께 4대강 사업 낙동강 낙단보 소수력발전소 건설 현장. 밤새 콘크리트를 부어넣은 발전소 슬래브 지붕을 점검하던 서른두살 가장과 마흔살 노동자는 갑자기 무너져내린 콘크리트 더미에 묻혀 한꺼번에 생을 마감했다.

같은 날 오후 3시께 참사 현장에서 18㎞쯤 떨어진 4대강 사업 상주보 공사 현장. 이명박 대통령이 보 건설과 준설 작업이 한창인 현장을 찾아 현장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상주시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에 참석했다. 축하인사에서 “4대강 갖고 이러쿵저러쿵하시는 분도 많지만 올가을 완공된 모습을 보게 되면 아마 모두가 수긍할 것”이라며 “지역도 발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불과 3시간 전,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4대강 사업 현장에서 숨진 이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4대강 사업 현장에서는 대통령이 약속한 그 ‘가을’까지 공사를 끝마치려고 밤낮없이 노동자들을 몰아친다. 안전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4대강 공사 현장 곳곳에 안전을 강조하는 구호가 나붙어 있지만, 그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사고가 난 낙단보 현장에서도 안전조처를 소홀히 한 증거와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4대강 공사 현장 책임자들은 “공기를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강을 살리겠다”는 이들이 그 강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어가도 공사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일터에서 숨져도, 공사는 멈추지 않는다. 사람 목숨을 담보로 꼭 올가을까지 공사를 마쳐야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이 대통령은 그날 시민들과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렸다. 같은 시각, 4대강 현장에서 숨진 두 노동자의 가족은 비보를 듣고 목놓아 울었을 것이다. 의성/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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