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군 낙동강 합천보 공사 현장에서 16일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일까지 구조물이 완공되면 21일부터 임시물막이 철거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국토해양부는 이달 말까지 4대강 공사 구간 중 대부분의 보와 준설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합천/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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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공사 2년 집중점검
굽이치던 낙동강 상류엔
반듯한 ‘콘크리트 상주보’
건설사 대형 광고만 펄럭
해평습지도 훼손 철새 급감
4대강 사업 예산은 모두 22조3400억원이다. 민주당의 반값 등록금 대책 한해 소요 예산 5조7000억원, 한나라당의 무상보육 대책 연간 예산 1조2000억원, 서울시교육청의 올해 무상급식 예산 1162억원을 모두 합해도 3분의 1에 못미친다. 2009년 7월 공사 발주 뒤 지금까지 13조5000억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은 이미 70∼80%대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보나 준설 등 주요 공사는 거의 완료됐고 소수력 발전, 저수지 둑 높이기나 생태공원 조성 등 마무리 작업만 남았다. 지난 2년간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들어간 4대강 공사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현장을 살펴봤다.
“낙동강은 사라지고 ‘아이파크 강’이 됐네요.”
지난 11일 오후 경북 상주시 4대강 사업 33공구 상주보를 둘러보던 4대강 답사단의 한 일행이 장탄식하듯 말했다. 해맑은 낙동강이 유유히 굽이쳐 흐르던 낙동강 상류인 이곳에는 거대한 댐에 가까운 낯선 콘크리트 구조물 ‘상주보’가 들어섰다. 상주보에 내걸린 초대형 펼침막에는 ‘아이파크 이노베이션-당신을 알아보고 당신의 마음을 읽는 아이파크’라는 보 건설사의 광고 문구가 선명했다.
인근 경천대에 오르니 성형수술한 낙동강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투명하고, 유유하게 굽이치는 낙동강을 넉넉하게 만들어주던 멋스러운 은빛 모래톱은 사라졌다. 대신 한강처럼 좁은 둔치를 가진 정체불명의 강 위로 공사를 위해 쳐놓은 오탁방지막을 뚫은 흙탕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상주보 아래 위치한 낙동강 구미보 인근의 세계적 철새도래지 해평습지도 크게 훼손됐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철새 수는 격감했고, 주변에는 야구·축구장 공사가 한창이다. 낙동강 곳곳에서 이곳처럼 하천이 원형을 잃고 둔치 식생대가 준설토로 덮이고, 습지와 하중도가 사라지는 현상이 목격됐다. 대구 구간 사업현장의 경북 고령군 개진면과 달성군 현풍면을 잇는 박석진교는 콘크리트로 된 교각 하상보호공(강바닥이 깎이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돌망태나 콘크리트 구조물)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전에는 물속에 잠겨 있던 부분인데, 준설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 밖으로 나왔다.
4대강 시민공동조사단이 지난 16일 발표한 ‘4대강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4대강 사업으로 지류·지천의 수해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음이 확인됐다. 낙동강 지천과 본류 합류부 곳곳에서는 대규모 준설로 인해 하류에서 상류 방향으로 침식이 진행되는 이른바 ‘역행침식’ 현상이 나타났다.
상주 대구/박영률 박주희 기자, 지역종합
ylpak@hani.co.kr ‘위험한 지류’ 더 위험해져…농경지 침수피해 우려 또 하천에서 준설한 지역 인근에 다시 모래가 퇴적되는 ‘도로아미 준설’ 현상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는 “4대강 사업은 안전한 하천(본류)은 불필요할 정도로 더 안전하게 만들었지만 위험한 하천(지류)은 방치하거나 더 위험하게 만든 사업”이라며 “지류·지천 사업에는 4대강 사업보다 더 많은 돈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강의 흐름을 막은 보 상류지역에서는 하천 수위가 상승해 지하수위가 높아져 농경지가 침수·습지화하고 보 하류 농경지는 수위가 내려가 모내기 등에 어려움을 겪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경남도가 지난 15일 수리조사 전문기관에 용역의뢰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함안보가 완공되면 지하수위 상승에 따라 서울 여의도의 1.5배에 가까운 1228만㎡의 농경지가, 합천보가 건설되면 합천군 덕곡면 일대 44만㎡가 피해를 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정부가 주장하는 함안보 74만4000㎡의 16.5배, 한국수자원공사의 합천보 조사 결과인 2만5300㎡의 17.4배 면적이다. 영산강과 금강에서도 낙동강과 비슷한 재퇴적과 함께 갈대밭과 습지, 모래톱이 사라지는 경관 피해, 농경지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상주 대구/박영률 박주희 기자, 지역종합 ylpak@hani.co.kr [4대강 공사 2년 집중점검- 관련기사] 4대강 끝나면…전국 하천 230곳 ‘공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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