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직원들이 29일 오전 경북 상주시 중동면 오상리 상주보에서 누수현상이 일어나는 지점에 에폭시로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곧 한파가 닥치면 보 안에 스며든 강물이 얼어붙어 더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며 “더 큰 재앙이 닥치기 전에 모든 보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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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등 환경단체, 합천창녕보 등 2곳 추가 확인
발포우레탄으로 땜질…“속도전이 화 불러” 비판
국토부 “물 번짐 현상” 일축…내년 4월로 준공 연기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낙동강 보에서 부실공사로 인한 누수현상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30일까지 누수가 확인된 곳만 낙동강 8개 보 가운데 5곳에 이른다. 국토해양부는 내년 4월로 준공을 미루고 4대강 16개 보 전체에 대해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녹색연합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30일 “지난 10월부터 현장 모니터링을 한 결과, 최근 누수가 확인된 상주보와 구미보, 창녕함안보 외에도 강정고령보, 합천창녕보에서도 추가로 물이 새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단체가 낸 조사자료를 보면, 강정고령보 등에서 누수현상이 나타나 시공사가 발포우레탄으로 틈을 메우는 임시조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두 단체가 강정고령보를 조사했더니, 보 좌안 첫번째 고정보와 기둥에서 물이 새는 게 목격됐다. 합천창녕보 좌안 고정보 구간 3곳에서도 누수 흔적이 발견됐고, 창녕함안보의 고정보 하단에서도 물이 새어나왔다. 김성만 녹색연합 활동가는 “상주보 이외의 다른 4개 보는 아직 관리수위까지 담수를 하지 않아 누수 흔적이 뚜렷하지 않지만, 물이 차 오르면 누수현상이 더 많이 발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 보 곳곳에서 물이 새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 임기내 완공을 위해 공사를 서둘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건설공사가 중단되는 겨울철에도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벌여 구조물이 제대로 굳지 않은데다, 24시간 공사로 인해 정밀작업이 필요한 보 이음새 공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구미보에 이어 칠곡보의 수문 아래 하상유지공도 쓸려나가 없어진 것으로 30일 뒤늦게 확인됐다. 돌망태를 쌓아 만드는 하상유지공은 수문에서 쏟아지는 물로 강바닥이 깎여나가는 걸 막는 안전장치다.
이날 국토해양부는 환경단체들이 누수라고 주장하는 것은 ‘물 번짐’ 현상이라며 보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다만 보 구간의 안전점검과 하자보수를 위해 4대강 사업 준공을 애초 예정돼 있던 올 연말에서 내년 4월로 늦춘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개방 뒤 부실이 확인된 구미보 하류의 하상유지공 등 일부 보의 시설물을 보강하고, 자전거도로 보수와 4대강 흙으로 된 사면 붕괴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도 벌이겠다고 밝혔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정부가 토목공학 교과서에도 없는 ‘물 번짐’이라는 말로 상황을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며 “누수가 보의 붕괴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지만 내구연한을 상당히 단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더 큰 문제는 구미보와 칠곡보의 하상유지공이 떠내려간 것인데, 보 밑의 강바닥이 침식되면 거대한 폭포가 생기고 유속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면서 보의 안정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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