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8.26 19:33
수정 : 2012.08.26 22:33
여주보서 어망 걷으려던 어선
수문에 빨려들어가 2명 실종
2년전에도 급물살로 5명 숨져
“안전시설 소홀이 부른 인재”
4대강 사업으로 남한강 한가운데에 설치한 대형 보 주변에서 인명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4대강 사업 홍보에 공을 들이는 사이 보 건설에 따른 안전사고를 막을 안전시설 설치 등을 소홀히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5일 오후 1시8분께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 여주보에서 이아무개(34)씨 등 4명이 탄 0.2t급 어선이 여주보 수문에 빨려들어가 뒤집혔다. 이 사고로 어선 주인 이씨와 부인 김아무개(31)씨 등 2명은 경찰에 구조됐으나, 함께 타고 있던 이씨의 친구 박아무개(34)씨 등 2명은 실종해 경찰과 소방 당국이 수색중이다.
이씨는 경찰에서 “어망을 거두려다 엔진이 고장나 노를 저어 강 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거센 물살에 배가 보 수문까지 떠내려가 뒤집혔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준공된 여주보는 총 길이 530m, 수문 12개로 전국 4대강에 건설한 16개 대형 보 가운데 수문이 가장 많은 보이다. 수문이 닫혀 있을 때 보 상류와 하류의 낙차가 5m가량이나 되지만, 보 주변에는 부표 10여개와 낚시·수영 등을 금지한다는 표지판만 있을 뿐 수문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시설은 없는 상태다.
여주보에선 2010년 8월31일에도 수석 채취를 하던 안아무개(당시 59살)씨의 고무보트가 뒤집혀 안씨가 숨졌다. 남한강 폭은 700여m가량이었는데, 당시 수자원공사와 건설사 쪽이 수문을 3개 열어둬 실제 물이 흐르는 폭은 150m에 그치는 바람에 물살이 빨라지고 소용돌이가 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해 11월17일에는 여주보 하류인 남한강 이포보 근처에서 도하훈련을 하던 육군 장병 8명이 탄 군용 선박이 빠른 물살에 휩쓸리면서 뒤집혀 4명이 숨졌다. 사고 직후 이포보 상·하류 200m 지점에 줄로 연결된 부표를 설치해 배 등이 수문으로 빨려드는 것을 방지했지만, 쓰레기가 줄에 걸려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얼마 지나지 않아 철거됐다.
이번 실종 사고와 관련해 한국수자원공사 쪽은 “경고 표지판과 부표 10개를 띄워놓았고, 이번 사고 전에도 수문 6개를 열기 전에 경고방송을 했다”며 “전문가들과 효율적 안전시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4대강 사업으로 남한강에 건설한 3개 보마다 6인승 순시선과 작업선을 한 척씩 배치했으나, 15호 태풍 ‘볼라벤’ 북상에 대비해 배를 육지로 옮겨놓아 구조 작업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4대강 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 이항진 상황실장은 “보 주변의 사고는 모두 인재”라며 “4대강 홍보에 쓸 돈으로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안전시설부터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여주/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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